‘선’을 그으면 싸움이 된다. 초등학교 시절 책상에 금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며 짝꿍을 괴롭히던 추억을 떠올려도 좋지만 북방한계선(NLL)이나 휴전선을 두고 넘어오면 포를 쏘는 남북관계를 떠올리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선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는 말은 나와 적을 구분하는 이분법이다. 

   
▲ 서울 마포구 소셜네트워크카페에서 윤성희 개인전 ‘선을 넘지 마시오 POLICE LINE’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1월 8일부터 23일까지 무료로 관람. 
 

힘 있는 자들은 선을 긋는다. 남북 간의 선을 그어 적을 명확히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불온한 시민과 불안한 시민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선을 사용한다. 매일노동뉴스 기자인 윤성희 사진가는 그 선을 국가가 만든다고 봤다. 

전시는 경찰이 쳐놓은 선을 담은 사진들로 구성됐다. 윤성희 사진가는 작가노트에서 “민의의 장이 돼야 할 광장에 선이 그어지면서 권력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외침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울음과 산책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갈린다”고 표현했다. 

'선'의 반대말은 '면'이었다. 짝꿍과 책상을 함께 쓰는 것, NLL이나 휴전선 대신 평화수역이나 DMZ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폴리스 라인이 아닌 광장에서의 소통과 같았다.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것, 선을 긋는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수평적 관계에 두는 것이다.   

윤성희 작가는 “서로 갈려 파편화된 고통이 비처럼 쏟아지는 사회에서 그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 사실 선을 넘어버린 행위”라며 “선은 관계 또는 경제이고 범위이자 한계”라고 말했다. 
 

   
▲ 서울 마포구 소셜네트워크카페에서 윤성희 개인전 ‘선을 넘지 마시오 POLICE LINE’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1월 8일부터 23일까지 16일간 무료로 관람가능. (사진 = 윤성희 사진가 페이스북)
 

서울 마포구 소셜네트워크카페에서 윤성희 개인전 ‘선을 넘지 마시오 POLICE LINE’이 무료로 열리고 있다. 전시는 11월 8일부터 23일까지 16일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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