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외침이 점점 하늘로 올라가는 암울한 현실이지만, 하늘 위 두 동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 

씨앤앰(C&M)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균(38)씨와 강성덕(35)씨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5일째 되는 16일,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서울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주변에 모였다.

   
▲ 16일 오후 3시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연대문화제를 열고 “대주주 MBK가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해고자 사태를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가로 8m, 세로 4.5m.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가 딛고 있는 전광판은 좁디좁다. 임씨와 강씨는 땅 위에서 연대 농성을 하고 있는 동료 움직임을 20여 미터 위에서 줄곧 지켜봤다. 밤이 되면 폭 1.5m, 깊이 1m 정도의 전광판 내부 공간에서 새우잠을 청했고,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이하 케비지부) 조합원들도 인근에서 133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고공농성 중인 임정균씨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침에 동료들이 집회를 하면 따라하기도 하고, 시민 여러분이 인사를 하면 같이 인사도 한다”며 “밤이 되면 전광판 속에서 잠을 청한다”고 전했다. 임씨는 “동료는 물론, 연대해주시는 시민을 보면 힘이 난다”며 “무관심하게 지나치시는 분을 보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많은 시민의 관심을 위해 초심을 변치 않고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원청 씨앤앰과 하청업체 재계약 및 신규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거나 계약이 만료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109명의 복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16일 오후 3시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연대문화제를 열고 “대주주 MBK가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해고자 사태를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오후 3시, 케비지부 조합원들은 연대문화제를 열고 “대주주 MBK가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량 해고 사태를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조합원은 지난 2010년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씨앤앰은 직원들을 다 껴안고 가겠다고 했지만 주요 업무는 외주화했고 비정규직 처우 악화는 가속화했다”며 “일자리를 보장한다 했으면서 내몰린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몰아넣고 쥐어짜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 조합원은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내보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며 “회사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지켜 실천했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씨앤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라며 “MBK파트너스의 진짜 파트너는 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들 아닌가. 회장은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씨앤앰은 지난 7월 하청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새 하청업체는 고용승계를 거부했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대주주이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배후에서 씨앤앰 매각가를 높이려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 16일 오후 3시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연대문화제를 열고 “대주주 MBK가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해고자 사태를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 소식에 잠잠하던 국회도 움직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고공농성과 관련, 지난 15일 “국회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씨앤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인데 ‘우리는 투자만 할 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대주주를 압박했다.

김영수 희망노조 케비지부장은 연신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더 많이 알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우리들에게 와 사죄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씨앤앰이 어느 회사에 매각이 된대도 우리는 끝까지 연대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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