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13일 쌍용차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기존 판결을 뒤집고 회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관련기사 : 전태일 44주기, 사법부에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케이블SO 씨앤앰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관련기사 : “밧줄로 몸 묶고… ” 20m전광판 기어오른 하청노동자>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이다. 지난 주 중 지상파 메인뉴스, 특히 공영방송은 노동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냈을까.

   
▲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케이블SO 씨앤앰 하청업체 노동자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서울에서 고공농성해도 지상파는 “….”

12일 KBS, MBC, SBS 가운데 씨앤앰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다룬 방송사는 없었다.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는 16년 만의 ‘입시 한파’를 톱뉴스로 다뤘다. SBS ‘8뉴스’는 10%에 달하는 체감 실업률을 다루며 ‘일자리 문제’를 부각했다.

각 방송사 톱뉴스는 보도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하루 20개가량의 리포트 가운데 영하의 날씨에 20m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소식이 없다는 사실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종편 JTBC ‘뉴스룸’은 주목할 만하다. 

   
▲ JTBC ‘뉴스룸’ 12일자 보도.
 

JTBC ‘뉴스룸’은 지난 12일 17번째 꼭지 <“109명 복직” 고공농성>에서 “케이블 방송업체 수리 기사들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7층 높이의 전광판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며 “해고된 비정규직 기사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TBC는 이들이 ‘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20m 높이의 전광판에 올라갔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JTBC는 “씨앤앰의 하청업체 5곳에선 지난 7월 수리기사 109명이 해고됐다”며 “당시 씨앤앰이 협력업체와 계약을 끊으면서 해당 업체의 기사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JTBC는 “씨앤앰 측은 고용 보장은 하청업체의 문제이고 자신들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수리 기사들은 회사가 복직을 수용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지상파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JTBC에서는 들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부실한 MBC 뉴스
JTBC는 해고노동자와 직접 인터뷰

13일, 쌍용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던 날. 이날 KBS, SBS는 노동계 최대 이슈였던 ‘쌍용차 해고사태’를 재조명했다.

KBS ‘뉴스9’은 6번째 꼭지 <대법 “쌍용차 정리해고 적법”>, 7번째 꼭지 <노동계 “편향 판결”…경영계 “환영”>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대법 판결 내용을 전달하고, 후속 보도로 노동계와 경영계 반응을 정리했다.

KBS는 <노동계 “편향 판결”…경영계 “환영”>에서 “노동계의 대표적인 해고 복직 소송에서 결국 대법원이 회사 측 손을 들어주자 노동계는 충격에 빠졌다”며 “(해고노동자들은) 기업의 판단만으로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사법부가 사실상 용인해줬다며 앞으로 관련 법 개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KBS는 “대법원의 이번 파기 환송 결정은 한진중공업 등 다른 사업장에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의 해고 무효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계는 정리해고를 무효라고 판결했던 고등법원의 선고가 오히려 이례적이었다며 대법원 판결을 반겼다”고 보도했다.

   
▲ KBS(왼쪽), SBS 13일자 보도
 

SBS는 ‘8뉴스’는 해당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SBS는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와 이어진 뉴스 <‘갈등과 아픔’ 2002일의 기록>을 통해 쌍용차 사태가 한국 사회에 던진 물음을 조명했다. KBS가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입장을 전했다면, SBS는 쌍용차 노동자 투쟁사를 리포트에 담았다.

SBS는 “2009년 5월 21일, 전체 인력의 37%를 정리해고해야 회생할 수 있다는 쌍용자동차 사측에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다”며 “노조의 공장 점거는 77일간 이어졌고, 전쟁터나 다름없는 극한 대치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SBS는 2009년 당시 경찰이 노동자를 진압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해고자들은 2010년 해고 무효 소송을 냈고, 40일간의 단식, 6개월가량의 송전탑 고공 농성 등 복직 투쟁을 이어갔다. 그 사이 노조원과 가족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25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 MBC 뉴스데스크 13일자 보도. 
 

MBC도 이날 톱뉴스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적법”>로 쌍용차 대법원 판결을 다뤘지만, 법원 판결과 반발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다. KBS, SBS가 두 꼭지를 할애해 의미를 짚으려 했지만, MBC는 하나의 리포트만 썼다. 2009년 영상 역시 KBS, SBS에 비해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보다 노동조합의 ‘투쟁’ 모습이 주로 담겼다.

한편, JTBC ‘뉴스룸’은 3꼭지(<다시 뒤집힌 판결…대법 “해고 적법”>, <해고 가능 경영상황은?>, <이창근 쌍용차 노조 정책기획실장 인터뷰>)를 할애해 쌍용차 문제를 되짚었고 해고노동자 당사자의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 JTBC 뉴스룸 13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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