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8시,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 후보들의 첫 합동 토론회가 국민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이 토론회는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국민TV가 주관했다. 내년이면 출범 20주년이 되는 민주노총이 대의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제를 버리고 처음으로 직선제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이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날 토론회에는 위원장 후보 4명만 참가했다. 후보 등록 뒤 이뤄진 기호 추첨 결과, 정용건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번, 한상균 전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2번, 허영구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3번,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이 4번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 기호 1번 정용건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국민TV 토론회 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에서 핵심 쟁점은 총파업에 관한 입장이었다. 한상균 후보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마음을 모아서 단 한번의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고 현장에서 조합원들은 파업은 당연한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 (다른)후보자들은 투쟁이 어렵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지적했다. 한상균 후보는 “노동이 고통이 된 시대, 현장의 노동자와 노동조합 관료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조합원들에게 던졌다. 

한상균 후보는 특히 전재환 후보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한상균 후보는 “준비된 지도부라는 의견은 지난 시간을 답습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지금까지처럼)이렇게 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을 막을 수 없고 반성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 전부고 비정규직법 개악 때 투쟁을 하다 구속되고 회사에서도 해고됐다”며 “뭘 반성하라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전재환 후보는 “긴박하다고 해서 총파업을 바로 하면 안 되고 준비된 총파업을 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동의를 얻고 파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영구 후보는 현재 투쟁동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허영구 후보는 “형식적인 집회와 소모적인 상경집회는 시간과 비용 낭비”라며 “전투는 필요한 데 물적 지원이 부족하고 현재 16개 산별 노조로는 함께 투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허영구 후보는 “중앙으로 올라오는 의무금 가운데 50% 지역본부에 내려주면서 지역과 함께 싸워야 한다”며 “당장 투쟁하는 것보다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기호 2번 한상균 전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국민TV 토론회 화면 갈무리
 

허영구 후보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재정문제해결을 약속했다. 허영구 후보는 “현재 통상임금의 1%를 조합비로 내는데 총임금의 1%로 올리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사업을 확대하고 해고자 최소생계비를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전재환 후보의 핵심 공약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전재환 후보는 “주 40시간 노동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겠다”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한상균 후보는 “공무원이 10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고 민주노총이 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적들은 우리의 준비 안 된 시간을 노리는데 투쟁에도 골든타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명자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나온 정용건 후보도 공무원 노조와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국회에서 12월 내에 (공무원연금개혁을) 통과하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급한 일이므로 지도부가 먼저 (연대 파업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호3번 허영구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국민TV 토론회 화면 갈무리
 

진보정치 세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생각이 달랐다. 정용건 후보는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진보정당을 통합하고 야권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환 후보도 “투쟁을 정치권과도 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이 14석을 얻었던 것은 큰 성과라며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당의 통합을 언급하며 허영구 후보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전재환 후보는 “진보가 찢어져 있어서 뭉치라는 의견이 있다”며 “민주진보진영 재정립에 대해 허영구 후보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허영구 후보는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층에서 통합을 시도한다고 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오히려 “그동안 전재환 후보 쪽 세분이 분열과정에서 핵심에 있었던 분 아니냐”고 반박했다. 전재환 후보는 과거 분당사태 때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겨 인천시당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한상균 후보는 노동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냈다. 한상균 후보는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한 정파로 전락하고 정파 싸움의 도구로 이용돼 민주노동당이 의미는 있었지만 아쉬웠다”며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조직이 찢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후보들은 다른 사회적 의제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했다. 특히 정용건 후보는 대표공약으로 ‘연금, 세금, 의료, 보육 등 사회공공성 투쟁 주도’를 내세웠다. 정용건 후보는 “2011년 언론노동자들이 종편 등장에 반대하며 싸울 때 민주노총이 함께하지 못했고 같은 해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때도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이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며 민주노총이 힘들어지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기호 4번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국민TV 토론회 화면 갈무리
 

선거는 12월3~9일 전국 2만여 개 사업장별 투표소와 우편,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치러진다. 개표는 9일 6시부터 전국 16개 지역본부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재적 조합원 과반 투표에, 투표자 과반 득표로 당선자가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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