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제복’ 공무원인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의 공무원 연금 개편안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 내용을 알리며 연금 개편안을 추진 중인 정부를 향해 악덕 기업주라고 비판했다. 특수직 공무원으로 현재도 근속승진이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퇴직해야 하는 계급정년 등의 제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번 연금 개편안 추진은 임금까지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의 행태라는 것이다. 경찰 소방 공무원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주최의 토론회는 전현직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정부 성토의 장이 됐다. 

2013년 강릉경찰서장으로 퇴임한 장신중 전 서장은 자신이 순경으로 입직한 1982년 첫 봉급을 10만원으로 기억한다면서 "연금 기여금은 8000원, 의료보험료가 3000원 정도였고 일주일에 평균 10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매달 20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강 전 서장은 “공무원 연금 수령도 다른 직종의 공무원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며 "경찰은 연금 수급액이 100~200만원 이하가 40.6%이고, 300~400만원 수급자는 4.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승진 소요 최저 연수를 채웠지만 승진을 하지 못한 공무원에 대해 상위 계급에 해당하는 수당을 주는 대우공무원 제도는 지난 1990년 도입됐지만 경찰·소방 공무원만 제외돼 온 것도 차별적 대우의 근거가 되고 있다.

강 전 서장은 "6급~9급 공무원에게 대우공무원 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승진 소요 최저연수는 5년이지만 경찰과 소방의 경우 10년 이상 걸렸다. 정부 부처 중에서 가장 인사적체가 심한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2009년 도입되긴 했지만 타 공무원에 비해 20년이 지연됨으로써 경찰과 소방은 다른 공무원들은 모두 받아 온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에 대한 명백한 임금 착취에 다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서장은 열악한 경찰공무원의 실태와 대비해 대통령-국회의원 연금과 검찰총장의 판공비를 '진짜' 개혁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총장이 1년 동안 영수증 없이 지출할 수 있는 판공비가 189억원에 이른다. 국회의원도 단 하루만 활동해도 월 120만원씩 연금이 지급되고, 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봉급의 95%를 연금으로 받고 있다. 

강 전 서장은 “재직 시 봉급의 39%를 받는 미국 대통령의 3배에 가깝다. 민주주의 국가 중 지구상 어느 나라에 이런 특혜가 있나"라며 "19대, 18대(국회의원)를 구분하지 말고 대통령 연금과 함께 즉시 폐지되어야 하며 그 돈은 국민연금 지원금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찰청
 

경찰공무원은 계급정년을 적용받는데 이번 공무원 연금 개편안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공무원 연금 개편안은 연급지급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변경했다. 그런데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일정기간 승진을 하지 않으면 퇴임해야 하는 계급정년이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경정의 계급정년은 14년인데 해당 기간 동안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퇴직해야 한다. 연령정년이 60세로 규정돼 있지만 승진을 하지 못하면 퇴직을 해야 하는 경찰 공무원 입장에서 공무원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분 경찰 공무원의 연차별 보수표도 공개됐다. 27세 순경(2호봉)의 경우 봉급은 139만 300원, 시간외 수당이 53만4870원, 치안활동비 17만원이었지만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175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52세 경위(27호봉)는 봉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444만1020원이었지만 장기요양, 소득세, 기여금 등 127만7910원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316만3110원으로 나왔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 수준과 가구 평균 소득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경우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는 연령별 가구 평균 근로소득의 50% 미만으로 나왔다. 특히 35세 이상에서 가구 평균 근로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한 하위직 공무원의 직위는 경찰 공무원의 경장과 소방관 소장장 계급에 해당돼 10년차 40세의 경우 48%에 그쳤다. 

현직 경찰관의 입에서도 이번 연금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산사하경찰서 괴정지구대 소속 김기범 경장은 "일반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 45%가 치안의 최일선인 지구대 파출소에서 24시간 4조 2교대, 혹은 3조 2교대의 교무근무의 형태로 일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무 여건을 지적했다.

김 경장이 공개한 동료경찰의 2014년 11월 근무표에 따르면 휴일은 닷새에 불과했고 그 외에 주간, 야간, 야간자원 근무를 했다.

경찰공무원이 다른 공무원과 비교해 민간에 가장 근접한 보수를 받는다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과다한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총액 상승일 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호주 경찰의 경우 24시간 교대 근무자의 경우 연봉의 21%에 해당하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2014년 하위직 공무원 실제보수 연차별 비교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도 열악했다. 정은해 전북 부안소방서 격포119안전센터장은 "소방관에게 미지급초과근무수당 소송이 2009년 말부터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인력증원 없는 3조 교대 근무제를 강행하였지만 현재도 근로기준법이나 공무원정규근무시간인 주40시간보다 16시간 많은 주 56시간을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관은 일반직 공무원 6급 이하에 해당되는 소방경 이하가 직급 불균형으로 소방인력의 96.9%를 차지하고 있다. 

일정기간 근무하면 상위계급으로 승진하는 근속승진 기간도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9급에서 6급까지 25년 6개월이 걸리는 반면 소방공무원의 경우 소방사에서 소방경까지 근속승진 소요기간은 30년 6개월로 나타났다.

정 센터장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무시간, 5년이나 더 소요되는 하위직의 근속승진과 타 직종과 비교했을 대 발생하는 직급불균형, 현직에서는 건강을, 최직 이후에는 빨리 사망할까 걱정해야 하는 소방관에게 국가에서는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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