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달 기자·PD 등 내부 구성원을 신사업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발령내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MBC 라디오국의 한 부장급 PD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사가 공포스럽다”며 경영진에 쓴소리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PD는 지난 5일 “인사발령에 관한 여러 가지 말이 많다”며 “회사가 참 무섭기도 두렵기도 하다. 나도 짐싸서 독립 언론사 주위에 기웃거려야 하나 생각도 해본다”고 했다. 

그는 “점심 시간에 만난 타 부문 동기는 ‘너 인사 발령 났더라 괜찮은 거야’라고 걱정을 했다”며 “‘라디오국 내에서의 일상적인 부서 이동일 뿐’이라고 설명을 해주자 동기는 안심을 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고 했다. 

이 PD는 “우리 회사가 정말 공포스럽다”며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해도 되는 회사가 맞는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서 20년 전 푸른 꿈을 안고 여의도에 발을 디뎠던 그 회사가 맞기나 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 MBC 서울 상암동 신사옥.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라디오국 신설 사업부서에 배치된 두 아나운서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경영진에 간곡한 부탁을 했다. 

이 PD는 “내가 일하던 곳으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아나운서 후배 두 명이 왔다”며 “회사는 이 친구들의 목소리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회사에서 말하는 조직을 위한 융합발전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평소에 자주 들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은 일반 청취자도, 거리의 누군가도, 라디오 피디도, 외국인도 직접 목소리로 출연해서 함께 소통하는 구조를 갖고 있고 그게 라디오의 큰 매력이고 생명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라디오 피디로서 전직 두 아나운서의 재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회사에서 이번 인사발령의 취지에서 밝혀주신 조직 간의 융합발전을 위해서 현업 부서에 전직 두 아나운서의 재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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