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넘도록 건대에서 주차관리 노동자로 열심히 일했다. 처음 업체가 바뀔 때는 고용승계가 됐다. 그런데 올해 주차관리 업체가 다시 바뀌면서 23명의 노동자들이 전원 해고당했다. 학교는 집단해고가 주차관리 임대업체의 결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자택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해고노동자인 이봉오 공공운수노조 건국대 분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건국대 재학생 3024여명의 지지서명 용지와 주차관리 해고노동자들의 입장을 담은 유인물을 전달하기 위해 이사장의 자택을 찾았다. 그러나 김경희 이사장의 집에선 아무런 답이 없었다.

   
▲ 해고된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9일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 자택에 찾아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앞서 지난 8일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천막에서 해고된 주차관리 노동자인 김한열씨를 만났다. 천막엔 투쟁 84일차라는 팻말이 있었다. 건국대는 지난 8월 19일, 주차장을 임대 운영했던 ‘아마노코리아’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KT텔레캅’과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주차관리 노동자 23명 전원이 해직됐다. 김한열씨는 “전원 해고된 후 12명이 해고에 반발해 싸움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8명이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노동자들은 가정형편 때문에 싸움을 지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된 이후 건국대에는 교내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이윤을 위한 인력감축이 안전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재학생인 김소망씨는 “23명의 주차 노동자들이 해고된 이후 새로 뽑힌 9명의 노동자들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다”며 “캠퍼스 규모와 주차노동자 근무특성으로 볼 때 이해가 안갈 정도로 작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김소망씨는 또 “인원을 줄이는 대신 KT텔레캅은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는데 지금까지 사람이 관리하던 학생들의 안전을 과속방지턱에 맡기게 돼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일 건국대 캠퍼스 내 생명과학관에 화재가 발생한 적 있다. 당시 새로 채용된 인력들이 교내 지리를 잘 몰라 소방차 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농성 천막에서 이를 지켜보던 해고노동자들이 소방관 진입을 도왔다.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돕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이화여대분회 조합원 박정운씨는 이를 두고 “교내에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고용에 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건국대는 “주차장 영업 임대는 인력 파견용역이 아니다”라며 “기관 대 기관의 임대사업으로 인력채용 등 모든 사업 운영의 권한이 사업주인 해당 기업(KT텔레캅)에 있다”고 밝혔다. 

   
▲ 해고된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천막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김정현.
 

그러나 해고된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건국대가 실질적으로 임대업체의 사업 운영의 권한을 행사했다며 맞서고 있다. 이봉호 분회장은 “아마노코리아와 학교 사이에 체결된 '주차장 관리 운영 대행 계약서'를 보면 주차장 운영계획 입안, 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 등 권한이 학교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농성이 장기화되며 한때 한솥밥을 먹던 교직원과 주차관리 노동자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한열씨는 “지난 7일 건국대와 노동자의 교섭을 앞두고 건국대 교직원이 사진채증을 하며 우리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해고된 주차관리 노동자들과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교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유리문이 깨져 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장이 발을 다치기도 했다. 이 일은 건국대 총무팀장이 교직원 욕설에 대해 사과를 하며 일단락됐다. 

오는 10일엔 건국대와 노동자들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노동자들은 면담에 보다 나은 방안이 나오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 김학철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10일 면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학교가 또 다시 책임을 외면한다면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더욱 끈질기게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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