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기자수첩을 빌려 독자님들을 다시 찾은 이유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열린 이사회는 방문진법 개정에 따라 처음으로 열린 ‘공개’ 이사회였습니다.

이날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역시 교양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었습니다. MBC는 지난달 31일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논란이 거셌습니다. 황우석 논문조작 실체를 밝힌 MBC 한학수 PD를 신사업개발센터로 보내는 등 회사 눈 밖에 난 기자·PD들을 대거 좌천시켰기 때문이죠.

이사회에 나온 경영진은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었습니다. 백 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이 ‘수익성’을 강화한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몇 가지 발언만 추려 보겠습니다. “방송 3사 가운데 시사, 교양을 가장 강조하는 곳은 MBC”, “외부에 있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왜 MBC 인사에 관여하고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지 모르겠다”,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회사가 다른 일 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사진 = MBC)
 

그는 줄곧 공공성보다 ‘시청률’ ‘수익성’을 강조했고, 쫓겨난 기자·PD들을 ‘저(低) 성과자’라 낙인찍기 바빴습니다. MBC 조직개편은 비일비재했습니다.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3년 동안 22번의 조직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파업에 대한 보복과 보은을 위해 ‘마구 그린 조직도’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야권 추천 최강욱 이사가 “김재철 사장 때도 숱하게 개편했으나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동안 어떤 임원이 실패한 조직개편에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한 까닭입니다. 이번 개편 성과가 지지부진하면 누가 책임질까요?

MB정부 이후 방문진은 무능력 했습니다. 대표 사례가 있죠. 감사원은 지난해 2월 방문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을 수차례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는데도 방문진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의 한 구절입니다.

“방문진 이사회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한 김재철 MBC이사와 그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체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한 MBC 감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MBC 경영 현안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MBC 경영을 관리 감독하면서 결산의 중요 변동사항 등에 대한 사전 확인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MBC에서 작성제출한 결산보고안을 이사회에 그대로 상정하는 등 결산을 형식적으로 승인하고 있었다.”

   
▲ 여권 추천 김광동 이사(왼쪽, 이치열 기자 truth710@)와 차기환 이사. (YTN)
 

이 정도 되면 방문진은 뭐하는 기구인가 싶기도 한데요. 6일 이사회에서도 여권 추천 이사들은 백 본부장은 두둔하기 바빴습니다.  “프로그램 한두 개가 없어진다고 ‘공공성이 후퇴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고, 개편 이후 프로그램이 어떤 결과물을 낳는지 살펴보면 될 것”(차기환), “이번 조직개편은 경영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 같다. 안광한 사장의 향후 2년을 내다보고 한 인사였고 시기상 내년 초보다 10월에 완료하는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한다”(김광동), “훌륭하신 한학수 PD가 개편 부서(신사업개발센터)로 배치된 것은 역량을 인정 받아서”(박천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권 추천 이사들이 적극 문제를 제기해 개편 성과에 대한 보고를 분기별로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무능해 보이기만 했던 야권 추천 이사들도 제 나름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합니다. MBC를 더 면밀히 감독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해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도 ‘좌고우면’ 하지 말고 비상식적인 MBC 행태에 대해 책임을 혹독하게 물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호구’ 노릇만 할 건가요. 과거 방문진이 2012년 파업과 관련한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김재철 사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무시했었죠. 무려 6차례나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무 말 못했던 게 방문진이었습니다. 이제는 좀 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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