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여야 이사들이 MBC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일 논란을 빚고 있는 MBC 교양국 폐지 건과 인사발령에 대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보고를 들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MBC가 예고도 없이 교양국을 폐지한 것과 지난 2012년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PD들을 재차 현업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다수 여권 추천 이사들은 “일단 지켜보자”며 MBC 경영진을 두둔했다. 다만, 김문환 이사장은 MBC가 사전 보고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백종문 본부장은 ‘교양국 폐지’에 대해 “시청자 트렌드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백 본부장은 “정보와 예능이 접목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라며 “MBC가 조직개편을 하는 것에 왜 온 동네가 시끄러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상암동 MBC 사옥.
 

백종문 본부장은 ‘공공성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이사 우려에 대해 “현재 시사제작국도 있고, 콘텐츠제작국도 있다”면서 “다큐도 그대로 하고 있고, 정보·시사·교양이 모두 있는 ‘생방송 저녁’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고 했다. 백 본부장은 “MBC는 지상파 가운데서 가장 교양에 중점을 두는 방송사”라며 “교양성은 더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MBC는 지난달 31일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고,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실체를 밝힌 한학수 PD 등 교양국 소속 PD들을 대거 신사업개발센터, 편성국MD와 같은 비제작부서에 배치했다.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사측 전횡을 비판했던 기자·PD 등 12명에게는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교육명령’을 내렸다. 언론계는 물론 노동계, 정치권 등 사회 각계각층이 MBC 인사에 대해 ‘찍어내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왼쪽)과 길환영 전 KBS 사장. 사진은 MBC 공식 블로그.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백 본부장은 “외부에 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왜 이리 MBC 인사에 관여하려는지,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회사가 다른 일 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제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재배치를 통해 역량을 발휘하고, 부서에서 원치 않는 사람은 재교육을 통해 제 역할을 찾는 게 이번 인사 요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추천 이사들은 백 본부장을 크게 질타했다. 야권 추천 선동규 이사는 “콘텐츠 경쟁력을 위한 제작은 사장이나 본부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기자와 피디가 하는 것인데 유능한 인재를 내쫓으면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선 이사는 “쫓겨난 기자, PD들은 공통적으로 파업에 참여했거나 회사에 바른 소리를 했던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지속적으로 징계를 받아왔다. 이런 식으로 다시 배제하는 것은 인격살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야권 추천 최강욱 이사는 “김재철 사장 때도 숱하게 개편했으나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며 “그동안 어떤 임원이 실패한 조직개편에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 추천 이사들은 백 본부장을 두둔했다. 여권 추천 차기환 이사는 “프로그램 한두 개가 없어진다고 ‘공공성이 후퇴한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개편 이후 프로그램이 어떤 결과물을 낳는지 살펴보면 될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여권 추천 김광동 이사는 “이번 조직개편은 경영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 같다”며 “안광한 사장의 향후 2년을 내다보고 한 인사였고 시기상 내년 초보다 10월에 완료하는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반면, 김문환 이사장은 “절차상으로는 불쾌했다”며 “보고사항이라고 하지만 기본 그림은 설명해주고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방문진은 MBC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인데, 아무리 보고사항이래도 귀띔은 해줬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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