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노출한 MBC와 SBS가 법정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은 9일 회의에서 방송 중 일베 이미지를 노출한 SBS와 MBC의 입장을 듣고, 제재 수위에 대해 논의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지난 12일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의 친부 관련 소식을 전하며 화면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 윤곽을 사용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지난 10월 16일 방송에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내보내며 동자승이 있어야 할 자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를 내보냈다. 두 이미지 모두 일베에서 만들어 유포된 것이다.

   
▲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화면 갈무리. 강조한 부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이미지.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허강일 SBS PD는 “파견직이 해당 이미지를 검색하다 고화질로 다운로드 가능한 이미지를 임의로 선택했다. 5-10분 내 작업을 마쳐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편집을 했다”며 “이후 종합편집과정에서 걸러질 기회가 있었으나 저작권, 초상권, 간접광고, 자막오기 등 오류를 체크하는데 집중하다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경수 SBS 제작본부 교양4CP는 “단오풍경을 검색하면 백여 가지 넘는 이미지가 나오는데 해당 이미지는 제일 위에 있지도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해 경위를 물었더니 고화질에 다운 가능한 이미지를 찾다보니 그랬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경수 CP는 이어 재발방지책으로 이미지 개선프로세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장 CP는 “A&T(SBS 자회사)에 CG를 의뢰할 경우 자체 마련 중인 이미지뱅크와 외부에서 구매한 이미지만 쓰고, 그 외 이미지를 쓰는 경우 CG담당자에게 출처를 명기하게끔 하고 명기하지 않으면 CG에 쓰지 않기로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장CP 또한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외부 이미지를 가져다 쓸 때도 자막의뢰서에 자막은 물론 외부이미지 여부에 대해 기재하기로 양식을 새로 만들어 명문화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장 CP는 이어 “이번 건에 대해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며 담당자가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 밝혔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장했다. SBS는 비슷한 방송사고로 이미 두 차례의 주의, 한 차례의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SBS ‘순간포착’이 방송사고 이후 사과방송을 했고, 담당자도 중징계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의’ 조치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고대석 위원은 “심각한 문제지만 해당 방송에서 바로 사과했고 조치가 이루어졌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김성묵 위원(방송소위 위원장)도 “사내분위기가 무거운 것 같다. 재발방지에도 주력을 다했으므로 주의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함귀용 위원 역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보고, 방송사고였다. 사고는 있을 수 있고 방송사의 대처에 따라 징계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은 “현직 대통령 비판 그림도 전시하는데 전직 대통령 그림으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야권 측 위원들은 일베 방송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신서 위원은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보지만 여러 번 문제가 생겼는데도 시스템을 이번에야 갖췄다. 미온적 태도”라며 “한 번이면 모를까, 경고 이상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장낙인 위원은 “어떤 방송에서 ‘쥐박이’ 이런 표현 쓰면 주의로 끝내겠나. 방송사 자체에서도 중징계하겠다는데 주의로 끝나선 안 된다”며 과징금 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또한 “비슷한 실수를 또 하면 징계수위를 높여야 한다. 저번에 주의였는데 또 주의가 나가면 안 된다”며 “과징금은 포기하더라도 관계자 징계는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 MBC ‘섹션TV 연예통신’ 갈무리. 가운데 음영이미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음영이미지.
 

같은 날 MBC <섹션TV 연예통신> 방송사고에 대한 의견진술과 징계수위 논의도 이루어졌다. MBC는 방통심의위에 보낸 의견진술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한민국 중년남성의 실루엣을 검색했다. 미처 그 부정적인 의도를 알아내기 힘든 이미지 사용해 사회적 물의 발생시킨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명예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앞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확인하는 절차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BS와 MBC 건 모두 위원들 간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야권 측 위원들은 과징금을 주장한 반면 여권 측 위원들은 각각 경고와 주의 의견을 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SBS와 MBC의 일베 방송사고에 대한 징계수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하지만 위원들 모두가 ‘주의’ 이상의 의견을 내면서 법정제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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