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양국 소속 PD와 기자들을 대거 업무와 무관한 부서와 재교육 현장으로 내몬 것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분출하고 있다.

폐지된 교양국 소속 PD들을 포함한 120여명 전보명단에는 <PD수첩>에서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경영진 횡포를 비판한 PD·기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이 주로 배치된 곳은 현업과 무관한 부서였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밝힌, 영화 <제보자> 주인공 한학수 PD는 신사업개발센터로 내몰렸다. MBC에서 해직돼 뉴스타파에 몸을 담았다 지난해 복귀한 이근행 PD와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PD, MB정부 ‘민간인 사찰’을 파헤친 PD이자 최근 폐지된 <불만제로>를 담당했던 김재영 PD는 비제작부서인 편성국으로 발령 받았다. 

뿐만 아니라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편으로 지난 3월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21년차 이우환 PD,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 등 12명에게는 ‘교육명령’이 내려졌다. 이들은 10일부터 제작 업무와 무관한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할 예정이다. 

전국 MBC 기자회는 4일 성명을 통해 “현재 MBC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권력자들의 불편한 심기만 보고자 한다”며 “이번 인사는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간의 파업이 끝난 직후 파업 참가자들을 대거 ‘신천 교육대’에 몰아넣고 ‘브런치’를 만들게 했던 김재철 사장의 부당전보와 판박이다. MBC 사측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고 경고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4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해 모든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MBC 경영진은 공영방송 역할을 스스로 자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현직 언론인들에게 얼마만큼 희생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들 행태를 손 놓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자랑스러운 MBC 역사는 방송 현업인들이 만들었다”며 “안광한 사장과 소수 간부들이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안광한 사장은 MBC 주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PD들도 MBC 보복 인사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KBS 기자·PD 다수가 가입된 언론노조 KBS본부는 같은 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2012년 MBC본부 170일 파업 이후, 파업에 참가한 기자·PD를 대상으로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 보복성 인사에 이은 이번 막무가내식 인사보복은 오로지 청와대 눈치만 보며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는 MBC 경영진의 추악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MBC 경영진을 공개 비판했다. 

노동계도 이번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3일 성명을 통해 “엉뚱한 부서에 노골적인 보복성 발령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이렇다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방송계 노동현실이 안타깝다”며 “과거 파업을 벌일 이전부터 집요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흔든 결과이지 싶고, 결국 권력자 의지에 충성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바닥에 떨어진 언론 독립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MBC 결정에 대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일 김진욱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MBC 경영진 스스로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거세해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를 만들었고 본업에 충실한 대다수 기자와 PD를 자괴감에 빠뜨렸다”며 “MBC 죽이기가 외부 압력에도 굴하지 않아야할 자사 경영진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왜 조직 리더가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MBC는 4일 오후 “신성장 동력의 발굴과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된 조직을 중심으로 그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며 “매체의 융복합 시대를 맞아 부문과 직종 구분 없는 최적의 인력 재배치로 융복합 역량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수시평가와 인사고과 등에서 업무실적이 미흡하거나 업무능력, 조직 활성화 역량 등이 낮게 평가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력재배치를 놓고,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다”며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사원에 대해서는 모든 본부와 조직에서 배치를 원하지 않아 직무배치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대해 “오랜 기간 우리 사회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온 곳”이라며 “교육내용도 우리 사회 가치를 고양하는 등 좋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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