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발령 대상자를 업무와 무관한 ‘농군학교’로 보내려 해 안팎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MBC에 대한 언론계의 반발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를 포함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인 단체들은 4일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MBC 경영진을 규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이하 MBC본부)는 이날 정오께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경영진의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은 원천 무효”라며 “형식과 내용 어느 것 하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밀실 개편, 보복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성주 MBC본부장은 “황우석의 거짓말을 파헤친 한학수 PD는 신사업개발센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발령이 났다”며 “회사는 그 선택이 회사 미래를 위한 것이고 돈을 잘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부서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무도 모르며 주말에야 사무실이 잡혔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정오께 MBC상암동 신사옥 앞에서 경영진의 교양제작국 해체와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본부장은 “또 사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상을 받은 이춘근 PD를 ‘저 성과자’로 낙인 찍으며 교육발령을 냈다”며 “교육 첫 프로그램은 박수치면서 자기소개하기였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국민이 부여한 전파를 좋은 제작진에게 맡겨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신천교육대’라는 비판을 받았던 MBC 아카데미 교육은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이번 MBC 인사는 사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본다. 회사는 개인의 감정을 쏟아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교양국은 해체됐고, 마이크를 잡은 기자 절반 이상은 경력기자, 시용기자로 채워지고 있다”며 “그러나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워 법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 기록으로 지금의 싸움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MBC본부 소송 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기자회견을 찍고 있던 MBC 측의 카메라를 두고 “아무리 망가진 기업, 악덕기업이라도 저렇게 삼각대를 놓고 노동조합이 기자회견하는 걸 카메라로 찍지 않는다”며 “이것이야말로 MBC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실을 보도하라고 카메라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전보발령은 무효”라며 근거로 △업무 관련성 △합법적 절차 △신의칙상 요건 등을 들었다. 신 변호사는 “전보발령을 하려면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며 “가나안 농군학교와 신사업개발센터에 보내는 게 PD들 업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단협에 의거해)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인사 당사자와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김현종 전 교양제작국장을 거론하며 “MBC노조의 업무방해 혐의 관련 형사소송 재판에서(참고: 1심에서는 업무방해혐의 무죄판결, MBC본부 승소) 당시 교양국장에게 ‘교양제작국 폐지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교양국장 모르게 폐지한 것이라면 이는 졸속, 밀실 개편의 명백한 증거이고, 그게 아니라면 국장이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의칙상 요건도 필요하다”며 “2012년 ‘브런치 만들기’ 등 MBC 아카데미 교육은 인격권을 모멸하는 행위였고, 법원도 전원가처분 결정을 했다. 아무리 사측이 발악한다고 해도 준엄한 법과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이어 열린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 기자회견에서도 MBC 경영진을 규탄하는 언론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말로는 MBC의 경쟁력을 떠들지만 저널리즘을 구현해왔던 이들은 쫓겨났다”며 “MBC 경영진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스스로 자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현직 언론인들에게 얼마만큼의 희생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들의 행태를 손 놓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 단체들은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경영진의 ‘교양제작국 해체’와 경영진의 눈밖에 난 기자, PD들을 현업에서 배제한 인사 단행을 규탄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자랑스러운 MBC의 역사는 누가 만들었느냐”며 “방송 현업자들이다. 안광한 사장과 소수의 간부들이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MBC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MBC경영진은 사리사욕을 버려야 한다”며 “안광한 사장은 MBC의 주인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천억원이 넘는 초호화판 사옥을 지어서 거창하고 요란하게 사옥 이전 행사까지 해 놓고는 과연 무엇이 두려워서 이처럼 능력있는 기자와 PD들을 현업에서 배제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길이 없다”며 “MBC 현 경영진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방송의 공익성 구현과 건강성을 지켜낸다는 본래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4일 정오께 MBC 상암동 신사옥 앞에서 MBC본부의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 ‘언론소비자주권연대’와 ‘리멤버0416’회원들이 MBC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MBC는 4일 오후 “신성장 동력의 발굴과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된 조직을 중심으로 그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며 “매체의 융복합 시대를 맞아 부문과 직종 구분 없는 최적의 인력 재배치로 융복합 역량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수시평가와 인사고과 등에서 업무실적이 미흡하거나 업무능력, 조직 활성화 역량 등이 낮게 평가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력재배치를 놓고,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다”며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사원에 대해서는 모든 본부와 조직에서 배치를 원하지 않아 직무배치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대해 “오랜 기간 우리 사회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온 곳”이라며 “교육내용도 우리 사회 가치를 고양하는 등 좋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