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양국을 해체하고, 기자‧PD들을 대대적으로 비제작부서로 배치한 것과 관련, 민주노총은 “악의적 발령”이라며 MBC 경영진을 강하게 규탄했다. 현업언론인 3단체(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도 4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해 인사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3일 성명을 통해 “MBC가 과거 파업에 참여했거나 회사에 비판적인 직원에게 보복성 발령을 내렸다”며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남다른 거대방송사가 교양프로그램을 폐지한다니 방송환경을 어디로 끌고 갈 작정인지 한숨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MBC 상암동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 교양제작국 해체 규탄 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MBC 경영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는 지난달 27일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명목하에 교양국 폐지했고, 이후 ‘황우석 사태’ 진실을 파헤친 한학수 PD 등 교양국 간판 PD들을 비제작부서에 보내거나 “업무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일부 기자‧PD들에게 ‘교육발령’을 내려 안팎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에 매우 깊숙하고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MBC와 같은 방송국은 공공재라고 칭할 만큼 경영 또한 높은 방송윤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수익성 못지않게 사회 공공성도 지켜나가야 한다”며 “효율성을 이유로 교양제작국을 폐지한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팽개치는 것이며, 정권이나 각종 사회부조리에 대한 비판은 아예 입도 뻥긋 말라는 재갈 물리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게다가 엉뚱한 부서에 노골적인 보복성 발령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이렇다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방송계의 노동현실도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과거 파업을 벌일 이전부터 집요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흔든 결과이지 싶고, 결국 권력자의 의지에 충성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바닥에 떨어진 언론의 독립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MBC는 ‘교육발령’ 받은 기자‧PD들을 10일부터 ‘가나안 농군학교’에 2박3일간 보내겠다는 계획을 대상자들에게 알려왔다. 업무와 무관한 교육인 셈. 이런 인사에 대해 MBC PD협회(협회장 박건식)는 “공정방송을 바라는 PD들의 결집을 막고 의지를 꺾어버리기 위해 ‘유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가수 이승환씨가 2006년 5월 방송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3회, ‘너는 내 운명’편을 보고 만든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사례로 들며 “이렇듯 깊이 있는 휴머니즘의 소통과 날카로운 사회비판은 이제 MBC에서 사라진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을 뉴스조차 비판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로서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묻고 싶다. ‘어떻게 방송사가 그래요!”라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와 현업 언론인 3단체(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는 4일 각각 정오와 오후 2시 30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밀실 보복 인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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