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표한 인사배치로 ‘교육명령’을 받은 MBC 기자‧PD들이 ‘가나안 농군학교’에 2박3일간 입소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오전에 MBC가 ‘교육명령’을 받은 기자, PD 등 12명을 대상으로 배포한 일정표를 보면, 이들은 3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일과 직장의 혁신’, ‘인간관계의 혁신’, ‘팀워크의 혁신’, ‘자기관리와 혁신의 실천’ 등의 강의를 듣고 인‧적성 검사도 받는다. 

뿐만 아니라 10일에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2박3일 입소해 ‘농장견학’,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공동체적 삶의 체험’(농장실습 및 등산), ‘고정관념의 탈피와 창의력’ 등의 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이는 제작과 무관한 교육이다.

   
▲ 3일 MBC가 ‘교육명령’을 받은 기자, PD 등 12명을 대상으로 배포한 일정표. (언론노조 MBC본부)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 대상자는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지낸 임대근 기자 등 20년차가 넘은 부장급 기자를 포함해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편으로 지난 3월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21년차 이우환 PD,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등 12명이다.

MBC는 지난달 27일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명목하에 교양국 폐지했고, 이후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파헤친 한학수 PD 등 교양국 간판 PD들을 비제작부서에 보내거나 “업무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일부 기자‧PD들에게 ‘교육발령’을 내려 안팎의 강한 반발을 샀다. 

MBC의 막무가내식 인사에 대해 MBC PD협회(협회장 박건식)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는 MBC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테러”라며 “이번 인사는 PD들을 프로그램 밖으로 내쫓으면서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모욕하고, 공정방송을 바라는 PD들의 결집을 막고 의지를 꺾어버리기 위해 ‘유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사측은 교양국 폐지에 이은 인사발령의 이유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MBC 경쟁력 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 이번에 강제 전출된 수많은 PD들이 바로 그런 공영방송 MBC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 온 주역이다. 경영진은 PD들을 즉각 국민들 앞에 다시 데려와야 하며 이번 인사발령은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MBC는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이후, 파업에 참가한 기자, PD 등을 대상으로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 업무와 동떨어진 교육을 시켜 안팎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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