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교양 프로그램 <불만제로>가 폐지됐다. MBC는 지난 27일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명목하에 교양국 폐지를 확정했다. 

그러나, 교양국 PD들은 사측이 내세우는 논리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폐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이 파업에 참가했던 교양PD를 몰아내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MBC 교양국 소속 A PD는 “내외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을 날려 버리고, 그 자리에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한다고 하는데, 어떤 PD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 MBC 간판 교양 프로그램이었던 불만제로UP. (MBC홈페이지)

 

대표 사례가 있다. 높은 평가를 받아온 <불만제로UP> 폐지다. <불만제로UP>은 사내 프로그램 품질지수(QI) 평가에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울(수도권) 기준 40.4%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달성한 드라마 <왔다 장보리>, 간판 예능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다음이 <불만제로UP>이었던 것.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발표한 7월 몰입도 조사에서도 전체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2위를 차지한 바 있고,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도 받았다. 

A PD는 “사측은 PD들과 어떠한 ‘협의’ 없이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했다”며 “저녁 시간대에 정보 프로그램을 편성한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을 다른 시간대로 편성하는 게 우선일 텐데 MBC는 어떻게든 폐지부터 생각했다. 그러니까 교양국 PD를 몰아내는 데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MBC 노사가 지난 2011년 협의한 단체협약 제25조를 보면, “정기·부분 개편 시 회사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최소 10일 이전에 통보하고, 개편 시행 후 조합에서 요청할 경우 개편과 관련된 정책과 내용 등을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설명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사측이 단체협상을 사실상 파기해 이 조항은 규범적 효력이 없는 상태다. 막무가내식 개편을 막을 방도가 없는 까닭이다.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을 대체할 프로그램 자체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MBC는 외주 제작 프로그램 <오늘 저녁>(가칭)으로 6시 대를 갈음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오늘 저녁>에 대해 “오전 8시대 프로그램 ‘생방송 오늘 아침’ 아이템을 거의 그대로 재탕하는 형식인 것”이라며 “사측은 ‘광고 사각지대의 적자를 줄이려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식의 편성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사진 = 김도연 기자)

 

 

MBC 교양국 PD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현재 외주 프로그램인 MBC 생방송 <오늘아침> 제작 예산은 1800만 원대이다. MBC는 웃돈 1000만 원을 더하는 대신, 이 외주 프로그램 업체에 <오늘저녁>(가칭)까지 주문한 것으로 MBC 내부에선 알려졌다. 오전, 오후 재탕 방송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띠 편성’(같은 시간에 같은 프로그램을 주 5일 이상 편성하는 방법)을 위해, 경쟁력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싼 값에 외주 제작사 프로그램 쥐어짜 억지 편성한 것이라는 게 교양국 PD들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편집권 보장이 지켜지던 2006년, 당시 편성국장이 안광한 사장이었다는 점에서 반발은 거세다. 편성권 독립이 갖는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일방적 결정으로 PD 고유의 편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김재영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는 “편성권은 편집권과 마찬가지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며 “올바른 편성이었다면, 띠 편성을 하더라도 기존 프로그램들을 시간대를 옮겨서라도 존속시키는 게 맞다. 이번 개편은 PD의 편성권 근간을 뒤흔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이런 반발을 외면하고 있다. 노혁진 편성국장은 ‘불만제로 폐지’ 사유를 묻는 질문에 “회의 때문에 나중에 통화하자”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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