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27일 조직개편을 공식 발표했다. 예상한대로 교양국은 해체됐다. 

MBC는 기존 교양제작국이 담당했던 다큐멘터리 개발·제작 기능을 ‘콘텐츠제작국’으로 이관했고, 나머지 교양 부문을 예능1국 산하에 신설된 ‘제작4부’로 옮겼다.

MBC는 교양국 폐지와 관련, “본사가 취약한 장르인 인포테인먼트 개발을 위해 예능1국에 제작 4부를 신설해 유익한 교양과 재미의 예능이 복합된 프로그램 개발과 제작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익과 마케팅 관련 부서 신설이다. 예능본부 산하에 예능마케팅부, 보도본부에는 뉴스사업부를 신설했다. 중국 제작 사업 강화를 위해 예능본부 산하에 해외사업부도 만들었다.

   

▲ MBC가 지난 27일 MBC공식 블로그에서 밝힌 조직개편 비전과 내용.

 

 

MBC는 또 부사장 직속으로 특임사업국을 새로 만들었고, 미디어사업본부 산하에 신설한 자산개발국 및 신사업 개발센터 역시 수익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MBC는 “불요불급한 사업과 예산은 솎아내 긴축 운영하되 타당성 있는 핵심 사업에는 역량을 집중해 조직의 효율적 운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수익과 효율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조직개편이 저널리즘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능, 드라마 등 방송사가 상업적 고민을 해야 하는 부문도 있지만 보도와 시사에 있어서는 공적 책무를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며 “MBC는 무분별하게 ‘사업부’를 배치했다.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지나친 상업성이 저널리즘을 왜곡시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조직 개편은 이중 잣대가 드러난 것”이라며 “MBC는 UHD 주파수 등을 이야기할 때는 ‘공공성’을 운운하면서 공적 가치를 담보해야 할 조직 체계는 파괴했다. 교양국 폐지로 MBC는 스스로 공영방송이라는 틀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MBC가 내세우는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수준 높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를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성과가 적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교양국 폐지를 단행했다는 건데 MBC가 제대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EBS <점박이> 사례를 들었다. <점박이>는 지난 2008년 EBS에서 방영돼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모태로 한 3D 애니메이션이다.

2016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가 중국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아 30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얘기는 업계에서 화제였다. 김 국장은 “수익성 측면에서만 봐도 좋은 교양 프로그램 한 편이 방송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라며 “아마존의 눈물, 휴먼다큐 사랑 등 MBC 교양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경쟁력과 수익성이 뛰어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이번 조직개편이 가을 편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저녁 6시대 방송되던 <불만제로>와 <원더풀 금요일>을 폐지하고,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알려진 외주 제작 프로그램 <오늘 저녁>(가칭)이 “오전 8시대 프로그램 ‘생방송 오늘 아침’ 아이템을 거의 그대로 재탕하는 형식인 것”(MBC본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MBC본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사측은 ‘광고 사각지대의 적자를 줄이려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식의 편성은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수익’을 위한 프로그램 개편이라 할지라도 오전 아이템을 저녁에 재탕하는 수준이라면 ‘공익성’ 이전에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과 채널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MBC본부는 “지금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개편은 오직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교양제작국을 희생시키며 공익성을 내팽개친 조직 개편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며 “그 대가로 치르게 될 ‘공익성의 후퇴’와 ‘경쟁력 저하’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번 개편을 주도한 현 경영진이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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