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잡니다. 저는 MBC, YTN,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전하고 비판하는 데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제가 이렇게 ‘기자수첩’이라는 형식으로 독자 분들을 찾아뵙게 된 까닭은 ‘MBC’ 때문입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등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다수 매체가 다뤘듯 오전에는 교양국 폐지, MBC 보도 경쟁력과 신뢰도 하락 등과 관련해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오후에는 MBC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현황보고가 비공개로 열렸지요.

‘비공개’이긴 하지만 그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 파악하는 것은 ‘할 일’에 포함됩니다. 취재 결과, 조금은 당혹스러운, 한편으로는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복수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안광한 MBC 사장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온 비판에 대해 “외부세력”을 언급하시며, 이들 때문에 MBC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외부세력’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언노련”, “언노련 기관지”라고 답하셨다고 하네요.

‘언노련’은 MBC 기자, PD 등도 소속돼 있는 산별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언노련’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 ‘산업별노조’로 전환했습니다. 보통 약칭으로 ‘언론노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관지’는 어디일까요?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혹여 미디어오늘을 지칭하신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광한 MBC 사장

 

 

물론, 1995년 창간한 미디어오늘은 언론노보에서 출발했고, 현재도 언론노조가 주주 가운데 하나이긴 합니다만, 미디어오늘이 내놓고 있는 기사들은 ‘기관지’ 성격과 판이합니다. 손이 부족해 언론사 노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언론노조에 소속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일방의 주장만으로 싣지 않습니다. 실제 미디어법 때는 기사로 언론노조와 수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언론노조, 그 산하 MBC본부 역시 엄연한 비판의 대상인 것입니다.

또 미디어오늘은 강성남 현 언론노조위원장의 동정 소식을 일부 방송이 박근혜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전하듯 톱뉴스로 다루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사 내부의 구조적․인적 문제 혹은 보도에 있어서 편향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권력화한 언론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부족하지만 나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현 MBC와 미디어오늘 가운데, 어떤 언론사가 ‘기관지’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가입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많은 시청자가 MBC뉴스를 ‘땡박뉴스’라고 조소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정 소식을 톱뉴스로,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뉴스를 뒷전으로 배치한 것에 대한 지적입니다. 정수장학회가 MBC지분 30%를 소유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당연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 MBC는 결코 ‘대통령 기관지’가 아닐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국면에서 MBC는 자사 출신 손석희 앵커와 그의 JTBC뉴스와 비교 당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신뢰도 하락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있습니다. MBC는 지난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상반기 방송프로그램 시청자 만족도 평가지수’에서 신뢰성, 공익성, 공정성, 창의성 등 7개 영역 합산지수(올해 1·2분기)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4개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서 말입니다. 시사저널,시사인과 한국기자협회 조사는 꺼내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몰락이 안광한 사장님이 말하는 ‘외부세력’ 때문이었다면, 한국 언론의 공공성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에 머물지 않았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외부세력’ 및 시민단체들은 태생부터 언론 공공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쳐왔으니까요. ‘외부세력’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벽에 외치는 것 같다고,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 같은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타까운 것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왜곡된 언론지형이 언제부턴가 지속화하다보니 견제와 감시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MBC 업무현황보고는 예년과 달리 고작 1시간 30분가량 진행되다 끝났다고 합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MBC의 현 상황을 비판하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몇 차례 ‘언설’이 고작이었습니다. 책임을 ‘외부세력’으로 돌리기 바쁜 방송사 경영진과 감시자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국회.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확보는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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