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양국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며 27일 인사배치까지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업인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MBC조직운영 정상화를 촉구하고 안광한 사장 등 현 경영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경영진은 하루라도 이성을 되찾고 조직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MBC 구성원들도 이와 같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현 경영진들은 MBC에서 수십 년 근무를 했던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 머릿속에서 ‘교양국 폐지’라는 꼼수가 나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취재현장에서 MBC로고는 날선 비난의 대상이자 국민이 외면하는 상징”이라며 “지금 안광한 사장에게는 이런 반발이 칭찬으로 들리겠지만, 언론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건 천박함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 27일 오후 서울 MBC 상암동 신사옥 앞에서 열린 MBC 교양제작국 해체 규탄 언론시민단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MBC 경영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 위원장은 또 “시사와 교양을 뗀 방송국은 상상할 수 없다”며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 등 MBC 경영진들이 만들어 낸 MBC ‘흑역사’를 자세히 기록할 것이며 권력 욕망의 바벨탑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방송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현재 MBC뉴스에 나오는 사람 절반이 바뀌었고, 시청자가 기다리는 기자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영진은 MBC 보도국 DNA를 잘라버린 것에 더해 이제는 교양이라는 가치마저 거세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교양국 폐지는 정권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프로그램, 그들 심기를 상하게 하는 프로그램, 소비자 편에 서서 기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깡그리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예전 MBC, 예전 마봉춘을 기억하시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싸움을 끝낼 수 없고,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MBC에 대해 꾸짖고 질책해주면 달게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화제가 되고 있는 ‘제보자’라는 영화에는 수많은 MBC 시사교양PD들이 등장한다”며 “언론을 장악하고자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뜻을 받아 MBC경영진들은 양심 언론인들을 자르고, 비제작부서로 내치고 그들 터전을 없애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권 본부장은 “KBS와 MBC는 파업 등을 통해 2012년 100일 넘게 함께 싸웠던 경험이 있다”며 “KBS본부는 MBC본부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며, MBC경영진은 양심적인 언론인을 함부로 다룰 경우 국민의 혹독한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 등은 자타공인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정말 수익성을 위한 것이라면 시사교양제작국을 강화해서 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지금 조직개편은 망치로 집을 제대로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망치로 집을 때려 부수겠다는 선언”이라며 “MBC 경영진이 든 망치는 이제 사회적 흉기로 돌변해 국민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언론시민 단체는 MBC 내부 구성원이 교양국 폐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영방송 MBC’라는 자부심 하나로 MBC에 근무했던 인사들에게 호소한다”며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 경영진의 조직 자해 행위에 인내만 하고 침묵하다가는 자칫 조직 전체가 무너지고 방송 주인인 시청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시민단체는 사내 양심 있는 절대 다수 직원들과 연대해 MBC가 작금에 벌이고 있는 독선과 아집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MBC 경호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녹화하는 카메라를, 한 일간지 사진기자가 촬영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MBC상암동신사옥 앞에는 이미 여러 대의 CCTV가 설치운용중이지만, MBC경비직원들은 기자회견장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의 전 장면을 카메라로 녹화하고 있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MBC 경영진의 저 카메라의 감시체제에 MBC 구성원들이 놓여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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