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이지 뭐”
“우리가 당한 거 십분의 일이나 나왔을라나”

영화 카트(부지영 감독, 명필름 제작)의 실제 주인공인 홈플러스테스코 마트 노동자들이 시사회를 보고 나와 남긴 영화평이다. 2007년 이랜드그룹으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했던 당시 홈에버 마트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이야기를 영화 한 편에 모두 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카트엔 가볍게 담았다. 처음 ‘카트’라는 영화 제목을 듣고 ‘카트라이더’라는 온라인 게임을 연상했다던 사람부터 영화 포스터와 출연 배우들을 보고 훈훈한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던 사람까지 있었다. 캐스팅은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와 더불어 아이돌그룹 엑소(EXO) 멤버인 도경수(디오)로 화려하다.

   
▲ 오는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의 한장면 (사진 = 카트 공식 홈페이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리해고, 파업, 점거 농성과 같은 일들이 ‘그래도 어딘가 특이하거나 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편견에 맞섰다. 대부분의 해고는 평범한 노동자들이 갑작스럽게 맞는 재앙이지만, 투쟁을 시작하면 해고자들은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이방인이 되고 만다.

카트는 가장 모범적인 마트 직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면 능력을 인정받고 직급과 급여가 오른다는 불편한 거짓말에 속았던 직원이 있다. 그도 회사 입장에서는 쓸 만큼 쓰고 나면 버리는 부품일 뿐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온몸을 바쳤던 순진한 마트 노동자도 회사의 구조조정 중 벌어진 정리해고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현실에 눈뜬 그는 서서히 투쟁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영화를 보며 ‘나였더라도 저렇게 변해갔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당도 못 받고 야근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말에 기뻐, 아들 휴대폰 하나 바꿔주려 했던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가 무슨 탐욕이 있었겠는가. 부당해고라는 회사 횡포의 대가는 노동자들이 대신 감당했다. 7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자본권력의 횡포는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학생(도경수 분)도 그저 일한만큼만 받으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편의점에서 임금을 못 받는 아이돌 스타의 울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노동자라는 점에서 편의점 알바와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는 같은 처지다. 아르바이트비를 제때 못 받아보거나 그런 이야기를 듣고 격분했던 젊은 세대와, 생계를 위해 힘든 몸을 이끌었던 중장년 마트 노동자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카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자 노동열사 전태일이 분신했던 11월 13일에 개봉했다.

   
▲ 오는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 포스터 (사진 = 카트 공식 홈페이지)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는 관객들에게 무거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의리로 영화를 봐야할 때도 많았다. 반면 <카트>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겪는 문제로 대중적인 공감을 끌어낸다.

당시 노조의 510일 동안의 파업은 지도부가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조합원들이 복직하며 절반의 승리로 끝났다. 눈물이나 공감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점이 <카트>의 미덕이다.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그대로 두고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발길이 영화 <카트> 상영관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수건은 꼭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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