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4일부로 교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안팎에서는 이와 같은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뒷말’이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이 정부‧여당을 겨냥한 안광한 사장의 엇나간 ‘노림수’라는 정치적 해석과 향후 대대적 ‘인력재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교양국해체 이유, MBC “수익성 강화”…“자발적 민영화”

교양제작국은 예능국 산하 ‘제작4부’와 콘텐츠제작국 산하 ‘다큐멘터리부’로 분산 해체된다. MBC가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MBC본부)에 제시한 조직개편 관련 자료를 보면, MBC는 개편 방향을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 등으로 잡았다. 

이에 따르면, 또 부사장 직속으로 ‘특임사업국’을 두었고, 각 부문마다 ‘사업부’ 또는 ‘마케팅부’라는 이름이 붙은 부서들이 생겨났다. 보도본부에도 ‘뉴스 사업부’가 신설됐다. MBC본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무조건 돈을 버는 데에 집중하라는 뜻”이라며 “‘불만제로’ 등 교양제작국에서 만들어오던 복수의 프로그램들이 곧 사라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시사교양PD들이 조직개편 반대 피케팅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교양의 예능화와 단기 수익 추구가 공공성과 다양성이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가치를 들어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조직개편에 대해 “시청률만 생각하는 교양, 사회 분석과 비판이 거세된 교양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앵커는 “공영방송은 주로 외주 부문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했는데, 그곳(콘텐츠제작국)에서 ‘MBC다큐스페셜’과 같은 사회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되레 안정적 수익을 위해선 교양제작국을 강화해 프로그램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PD연합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좋은 교양 프로그램 한 편이 MBC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최근 중국은 EBS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2’에 30억 원을 지원하고, 중국 내에서 다큐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MBC 프로그램들이 반프 TV페스티벌, 애미상 등 세계 정상급의 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 이름을 드높였던 것처럼 교양국 해체가 아닌, 교양 프로그램을 더욱 지원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 MBC가 가고 있는 길은 ‘자발적 민영화’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진짜는 이제부터 “대대적 인력재배치” 우려 증폭

그러나 MBC는 조직의 ‘효율화’를 앞세우며 강공 드라이브 중이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여당 이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직개편은 관리감독기구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MBC 각 부문의 비효율성은 과잉 인력 등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위해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뜻에 공감하는 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이번 조직개편이 단순 기능 조정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C본부는 “각 부문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을 ‘잉여인력’으로 솎아내 재교육과 대기발령을 시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그러나 사측은 아직도 노동조합과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과거 2012년 MBC본부 170일 파업 이후 기자와 PD들을 서울 신천동 MBC아카데미로 보내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게 한 바 있다. 사측이 불편한 PD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신천교육대 발령’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 안광한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정치권 겨냥한 무리수라는 해석도…“부메랑 될 것”

이번 조직 개편이 안광한 MBC 사장이 정부‧여당에 보내는 신호라는 뒷말도 나온다. 임기 보장을 위한 ‘충성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MBC 소속 A PD는 “자신들이 방송을 잡고 있는 걸 (정부‧여당 쪽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보도국은 시용‧경력으로 장악했다면 시사교양 쪽은 조직 개편을 통해 정권 편향의 목적을 이룬 셈”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2012년에도 , <시사매거진 2580> 등을 제작하던 시사교양국을 시사 담당 ‘시사제작국’과 교양 담당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한 바 있다. 시사 프로그램의 사회 고발, 권력 비판 수위는 낮아졌고 경쟁력도 동반하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승호 앵커도 “안광한 사장이 입지가 탄탄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임기 3년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런 비정상 상태가 오래 갈 것이라 보진 않는다. 교양국은 그 필요성 때문에 5공 시절부터 존속했다. 민영방송 SBS도 다시 교양국 체제로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A PD도 지나친 편향성과 신뢰도 하락이 경영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 PD는 “지금이야 버티고 있지만 MBC 경쟁력과 신뢰도가 바닥인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 MBC가 방송을 망치고 우민화 전략을 쓴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나. 단기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신뢰도 하락과 경쟁력 저하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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