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무더기로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해 영장을 발부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카카오톡 검열로 빚어진 사이버사찰 논란에 수사당국 뿐 아니라 법원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류신환 변호사는 22일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광화문 광장에서 마련한 시국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시국강연 주제는 ‘가카의 톡? 사이버망명, 명예훼손’이었다. 류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강연주제에 대해 “원래는 시민들과 함께 인터넷 검열과 명예훼손문제를 논의하고자 했지만 갑자기 ‘사이버사찰’ 논란이 불거져 이 문제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제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류 변호사는 “법원도 사이버사찰 논란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법원이 카카오톡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물의 대상으로 기재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가 있던 정진우 노동당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은 카카오톡의 아이디, 대화명, 상대방의 아이디, 계정정보, 대화내용, 사진, 동영상 일체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영장에 기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수사에 무관한 정보까지 무더기로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류신환 변호사가 지난 22일 광화문광장에서 ‘가카의 톡? 사이버망명, 명예훼손’을 주제로 시국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금준경 기자
 

법원의 영장발부에 대해 류 변호사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법원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흔히 사법부가 상식에 맞지 않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면 ‘조직논리’에 충실하다고 비판하는데, 본래 법원의 조직논리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인권보장을 위한 엄격한 심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가 무분별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오히려 조직논리에 충실하기 않은 행위”라고 덧붙였다.

류 변호사는 “오늘날 법원은 민주화 이후 많이 변했지만 이번 사이버사찰 압수수색영장 발부에서 보듯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문제를 제기해 법원이 개선되도록 촉구하겠다”며 “시민들은 법정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변호사는 사이버사찰에 따른 민변의 대응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류 변호사는 “민변에서 이번 사이버사찰 사태를 계기로 ‘사이버공안탄압 대응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버공안탄압 대응팀’의 활동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각계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이버사찰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논의하고, 현행법령의 문제를 찾아 입법개정운동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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