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이어 교양마저도 씨를 말리겠다는 의도”(MBC 교양국 소속 A PD)
“대책 없이 교양국을 없애겠다는 건 제살 깎아먹기”(MBC 교양국 소속 B PD)

MBC 교양제작국 PD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MBC가 향후 조직개편을 통해 ‘교양제작국’을 해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교양국 해체’를 골자로 한 MBC 조직개편이 단행될 거라는 우려는 보도에 이어 시사교양까지, 공영방송을 지탱하는 두 기둥을 일거에 무너뜨릴 것이라는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이하 MBC본부)는 지난 16일 “곧 확정된다는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교양제작국 공중분해”라고 폭로했다. MBC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MBC는 10월 중 조직개편을 통해 교양제작국을 외주제작물을 관리하는 ‘콘텐츠협력국’과 예능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예능1국’으로 분산 해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직개편 논의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MBC 안팎에선 조만간 ‘교양국 폐지’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양국 폐지에 대해 김 이사장은 “교양제작국 성과가 좋지 못하다”고만 전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김현종 MBC 교양제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불만제로>, <휴먼다큐 사랑>, <원더풀 금요일>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교양제작국이 해체되면, MBC 프로그램 공공성은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전례가 있다. MBC는 지난 2012년 MBC본부 ‘170일 파업’ 중에 , <시사매거진 2580> 등을 제작하던 시사교양국의 시사 부문을 보도제작본부 소속 보도제작국과 통합해 편성제작본부 산하 ‘시사제작국’을 신설하고, 교양 부문은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한 바 있다.

당시 조직개편은 “MBC 시사프로그램을 약화하려는 의도”라는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보도제작국·시사교양국 해체는 MBC의 공공성 후퇴 및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교양제작국이 해체된다는 소식에 ‘공공성 후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는 이유다. MBC 교양제작국 PD들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조직개편 시도에 적극 반발했다. 이들은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프로그램들이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가을 개편이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MBC 안에서 시사·교양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MBC PD협회도 21일 성명을 통해 “교양국 폐지는 MBC 역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어두운 장면”이라며 “교양국은 공영방송 MBC 근간을 이루는 핵심 영역이다. 교양국을 해체하려면 차라리 공영방송의 포기 선언을 먼저 하라”고 밝혔다.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역시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양 PD들을 아예 대기발령하고 궁극적으로는 내쫓으려 한다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며 “이 결정을 최종적으로 승인할 안광한 사장이나 조직개편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백종문, 김철진 본부장, 김현종 교양제작국장 등은 자신들이 키운 조직을 30년 만에 죽이는 주인공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MBC 기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MBC C기자는 “현재 보도국 같은 경우 파업 이후에 채용된 기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공정방송협의회’ 등 단체협약이 보장하는 공정성 조항은 김재철 사장 이후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교양PD들까지 내쫓기게 된다면 MBC 미래는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본부장 평가 의견 조사’, ‘공정방송협의회’ 등 민주적 의사결정과 내부 비판을 가능케 했던 단협이 무너진 상태에서 교양국까지 폐지되면 사실상 공정성을 회복할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MBC 교양국 폐지’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국회 미방위 소속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좋은 프로그램을 MBC 시사교양PD들이 만들지 않았느냐”며 “그런 PD들이 일궈낸 성과가 영화 ‘제보자’와 같은 것 아닌가. MBC 정신을 말살시키는 이번 조직개편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홍의락 의원도 “(방문진이) 방송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교양국 해체를 한다면서 어떻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앞서 인터뷰한 MBC 소속 A PD 역시 “공영방송에서 교양이라는 제작물을 없앨 순 없다. 조직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며 원점부터 개편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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