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일방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MBC PD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겁하고 매우 폭력적인 방식”이라며 “조직개편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MBC는 교양제작국을 ‘예능국’과 ‘콘텐츠협력국’으로 분산 해체하고,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C 교양제작국 PD들은 20일 성명을 내어 “교양제작국의 부서들을 예능국과 외주제작을 담당하는 콘텐츠협력국으로 분산 해체하는 것이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이라며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프로그램들이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가을 개편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다. 한마디로 MBC 안에서 시사·교양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시사·교양 장르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재는 척도”라며 “KBS를 비롯해 민영방송인 SBS까지도 ‘교양국’이라는 명칭으로 그 제작 집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 MBC 서울 상암동 신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MBC가 시청자들로부터 공영방송으로 인정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인간시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비롯해 <사랑>과 지구의 눈물 시리즈, 고발 프로그램인 과 <불만제로> 등이 대표적인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다. 

MBC는 지난 2012년에도 , <시사매거진 2580> 등을 제작하던 시사교양국의 시사 부문을 보도제작본부 소속 보도제작국과 통합해 편성제작본부 산하 ‘시사제작국’을 신설하고, 교양 부문은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한 바 있다. 

당시 조직개편은 “시사프로그램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며 MBC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고, 보도제작국·시사교양국 해체는 MBC의 공공성 후퇴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교양제작국 PD들이 성명을 내면서까지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 역시 ‘공공성 후퇴’에 있다. 
 
교양제작국 PD들은 “현 경영진은 교양제작국마저 해체시키고 남은 구성원들을 뿔뿔이 흩어 놓는다는 것”이라며 “MBC에서 제대로 된 교양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는 풍토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에서 교양국이 만들어진 지 30년. 공영방송에서 교양국이라는 존재를 없애고 교양프로그램의 숨통을 끊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요구한 노사협의회도 개최하지 않고, 그 어떤 공식적인 문의도 회피하고 있다”며 “비겁하고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광한 사장에게 요구한다”며 “교양제작국 해체를 기정사실로 하는 조직개편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배제와 갈등으로 점철된 조직개편으로 교양 장르의 경쟁력 강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MBC의 이미지 추락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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