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이번엔 신윤복의 그림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넣어 조작한 이른바 '일베' 사진을 방송에 내보낸 것으로 확인돼 반발을 샀다.

SBS는 지난 16일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종이로 만든 세상, 종이 아트’란 주제로 가위를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송 모 씨를 소개했다. 송 씨가 제작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그림을 원작과 비교하는 장면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이 있어야 할 곳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에 대해 SBS는 17일 오후 “잘못된 화면이 방송된 것에 대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과 시청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프로그램 책임자를 즉각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할 방침”이라고 사과했다.

   
▲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화면 갈무리
 

SBS는 이날 사과문에서 “이번 방송사고는 관련자료 화면을 웹사이트에서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영상이나 자료화면을 보관하는 ‘이미지 뱅크’(Image Bank)의 범위를 확대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사람이 체크하는 이중 점검 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화면 갈무리
 

방송 이후 SBS 시청자 게시판에 한 누리꾼은 “한 두 번도 아니고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화면을 PD가 자체 제작해서 올리는 게 아니냐”며 “인터넷 검색해서 올렸다고 해명했던데 구글을 검색해도 신윤복의 그 그림은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17일 “SBS의 방송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더욱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의 징계를 비롯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SBS는 지난해 8월 ‘뉴스8’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이미지가 담겨있는 도표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김 부대변인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번 반복되는 실수를 어설픈 해명으로 덮으려 하지 말라”며 “수준 높은 방송제작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SBS의 사후 대처과정을 주목해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SBS는 방심위로부터 주의를 받고 한 달 만에 ‘스포츠뉴스’에서 대학 농구 소식을 전하며 연세대학교를 상징하는 ‘ㅇㅅ’표시가 아닌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으로 합성한 연세대 마크를 내보내 방심위로부터 또 다시 ‘주의’를 받았다. 또한 지난 3월에는 SBS <런닝맨>에서 ‘ㅇㅂ’가 고려대학교 마크에 교묘하게 합성된 이미지를 내보내 ‘권고’조치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7일 “SBS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일베’사진으로 벌써 4번째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 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외주 제작의 문제가 아닌 의도적 사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최 의원은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온 방심위의 책임이기도 한만큼 반복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SBS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을 내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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