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수단체 인사가 만평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에 이어 보수단체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이 미디어오늘 영화 칼럼이 해당 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표현의 자유가 중시됐던 영역에까지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에 따르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지난 1일 미디어오늘 문화연예 칼럼인 <이안의 컬쳐필터> 9월 9일자 칼럼이 해당 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어버이연합이 문제 삼은 것은 폭식투쟁을 비판하며 어버이연합을 언급한 대목이라고 담당 형사는 전했다. 이안 칼럼니스트는 “그들이 어떤 어른들을 보고 배운 것인지 알기에 참 딱하다. (중략) 대한민국 어비이연합 이라는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들의 본을 따른 것이리라”라며 “늙어가면서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들을 윗물로 삼았으니 그 아랫물들이 독살스러울 수밖에”라고 썼다. 

당시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릴레이 단식을 했는데, 몇몇 언론사 사진기자들에 의해 자장면을 먹고 단식농성장 근처에 치킨이 놓여있는 등의 모습이 찍혀 논란이 됐다. 당시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단식 중이었다.

   
▲ 지난달 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단식농성장 근처에서 '폭식 집회'를 벌인 일베 회원들. 사진=금준경 기자
 

이안 칼럼니스트도 10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회 현상을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망나니, 아귀 등의 단어 사용에 대해서도 “상갓집에서 깨춤을 추면 망나니라고 하고, 굶는 사람 옆에서 먹는 이를 두고 아귀라고 한다”며 “상당히 틀에 박힌 표현을 사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고소고발이 창작자들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안 칼럼니스트는 “고소고발이 남용되면 창작자들은 위축되거나 귀찮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우회적인 표현의 자유 탄압이며 자기 구미에 맞지 않은 언론인, 문화예술인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석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SBS 기자)는 “극단적인 의사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면서도 폭식농성과 관련해서는 “어버이연합 등은 목숨을 걸고 단식 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에게 패륜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스스로 논쟁의 전면에 뛰어들었다”며 “사회적 비판을 자초한 점을 고려해면 자신들의 명예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앞서 16일에는 보수단체 인사에 의해 만평이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뉴데일리, 미디어워치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심상근씨가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의 칼럼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심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만평을 통해 국가원수를 심대히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만평은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달 26일 프레시안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됐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 인형은 닭을 나타내는 듯한 깃털 위에 빨간색 옷을 입고 “도를 넘은 애들, 정리는 다 됐나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 옆에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보이는 여행 가방을 든 유령 인형이 “개 풀었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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