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집회에서 연행되는 사건과 관련해 이에 대처하는 법률적 조언이 제시돼 관심을 끌었다. 집회에 연행됐을 때 당황하지 말고 많은 권리를 요구해야 하며, 조사 받을 때도 당당하게 묵비권을 행사하는 편이 불이익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사무차장인 송상교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6개월째인 16일,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가 광화문 광장에서 마련한 시국 강연회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이날 강연주제인 ‘집시법과 형사절차’에 대해 “여러분에게 집시법과 형사절차를 강의하는 이유는 집회의 자유가 헌법상의 권리이자 민주주의 국가의 토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집회의 중요성에 대해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기자회견을 하거나 광고를 내면 된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집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연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며 시작됐다. 송 변호사는 “흔히 집회와 시위를 혼용해서 쓰지만 실은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회란 다수인이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표명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고, 시위란 특정 장소를 행진하거나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행진이 없는 일반적인 집회에 시위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세월호 농성장을 찾은 송상교 변호사(민변 사무차장). 사진=금준경 기자
 

이날 송 변호사가 가장 강조한 내용은 ‘연행됐을 때 대처요령’이다. 송 변호사는 “집회를 하다보면 연행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 연행된 사람들은 경찰의 요구에 전부 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부당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많이 알수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많다. 예를 들어 유치장에 있더라도 ‘목욕’과 ‘운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연행 당했을 때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 “묵비권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묵비권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라며 “흔히 묵비권을 당당하지 못한 상황에서 쓰는 대처 방법으로 오해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묵비권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견해이다. 그는 “무작정 아무 말을 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정확하게 ‘진술을 거부하겠다’ 혹은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라고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하면 묵비권을 행사하는 합리적 이유를 조서에 기재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흔히 시도하는 ‘꼼수’에 대해서도 짚었다. 송 변호사는 “묵비권을 행사면 경찰이 반복적 유도신문, 친절한 태도의 회유, 모욕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며 “이때 쉽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조서를 다 쓴 후 경찰이 날인하라고 하는데 이는 의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날인 없는 조서는 증거효력이 없으니 조서 내용이 단 하나라도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날인 거부하면 된다. 단. 진술 말미에 연행과정에서 폭행을 당했거나 다쳤다면 반드시 기재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송상교 변호사(민변 사무차장)의 시국강연. 사진=금준경 기자
 

물품을 압수할 때도 경찰이 부리는 ‘꼼수’가 있다. 송 변호사는 “피켓과 깃발 등 시위물품은 압수대상이 맞다”면서도 “그 외에 유에스비 등 개인물품을 경찰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로 영장을 받아오지 않는 이상 건네 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이때 경찰이 ‘임의제출’에 협조하라고 얼버무릴 수 있는데, ‘임의제출’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거절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실제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도 연행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여러분이 불이익 당하지 않고 법이 보장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광화문 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엄마들’의 세월호 유가족 지지 선언이 있었으며, 세월호 참사 시민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 동혁 군 어머니 김성실씨는 “이렇게 날이 추운데도 시민들이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추워질 것 같아 걱정이지만 11월 1일 집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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