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사지마비상태인 장애인 아이에게 임상실험을 하려고 했다. 그 아이는 나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성과가 거짓이라는 걸 알았기에 아이가 염려됐다. 이것이 내가 제보를 하게 된 계기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제보자인 류영준 강원대 병리학과 교수가 15일 저녁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과 친구들’ 토크쇼에서 ‘황우석 사태’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이 행사에 참석한 류 교수는 당시 황우석 연구소 줄기세포팀장이었으며, 지난해 9월에 강원대 교수로 임용됐다.
공익제보자인 류 교수가 황우석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합류했을 당시(2002년)는 황우석 박사가 전 국민의 지지를 받던 때였다. 류 교수는 뒤늦게 연구소에 합류했지만 3개월 만에 줄기세포팀장이 될 정도로 황우석 교수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황우석 박사와 일을 함께 하며 연구 성과에 의심을 품게 됐다.
연구 성과에 대한 의심은 류 교수가 복제소 ‘영롱이’의 논문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영롱이’는 황우석 박사가 1999년 탄생시킨 것으로 알려진 복제 암송아지다. 류 교수는 “팀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면서 영롱이 논문을 읽으려 했는데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류 교수는 동료들에게 논문이 어디 있는지 물었지만 동료들은 대답을 피했다. 이후에도 류 교수가 끈질기게 캐묻자 한 동료가 논문이 없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류 교수는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을 제보한 류영준 교수(전 황우석 연구소 줄기세포팀장). 사진=금준경 기자 | ||
이후에도 황우석 연구소의 문제는 계속 발견됐다. 류 교수는 “나와 황우석 박사가 함께 척추가 손상된 개에 줄기세포를 넣는 프로젝트를 할 때였다. 갑자기 연구실에 기자들이 몰려왔다. 개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걷는 모습을 기자들은 취재했다. 황우석 박사가 부른 기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당시 개가 걷게 된 이유가 병이 나아서인지, 줄기세포 덕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 일을 계기로 황우석 박사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이후 황우석 박사가 연구원의 난자를 반강제적으로 제공 받는 모습을 보고 연구소를 떠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가 연구소를 나온 뒤 황우석 박사는 복제배아줄기세포 11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당시 황우석 연구소의 연구진행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발표가 거짓임을 직감했다. 류 교수는 “이때까지만 해도 제보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11개 발표 이후 황우석 교수가 사지마비상태인 장애인 아이에게 임상실험을 하려고 했다. 그 아이는 나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성과가 거짓이라는 걸 알았기에 아이가 염려됐다”며 공익제보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후의 일은 국민들이 아는 그대로다. 류 교수는 참여연대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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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는
15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과 친구들' 토크쇼. 왼쪽부터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김정인 참여연대 부운영위원장, 류영준 교수(전 황우석 연구소 줄기세포팀장), 이재명 기자(전 참여연대 간사). 사진=금준경 기자 | ||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는 토크쇼 말미에서 “류영준 교수의 공익제보는 다행히도 성공했다”며 “이런 성공사례를 보면서 지금 공익제보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제보를 하게 됐고,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도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