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량을 운전하는 운수노동자들에 대한 연합뉴스의 가혹행위가 상습적이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연합뉴스는 해당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양측은 고소와 맞고소 등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배차실에서 파견직을 하다 퇴사한 운수노동자들은 지난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합뉴스 소속 50대 후반 정 아무개 반장이 휴일에도 강제 근로를 강요하고, 뒤통수와 뺨을 때리는 등 상습적인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지방 취재를 갈 때 받게 되는 출장비 등 파견직 근로자의 삯을 정 반장이 중간에서 갈취했고, 근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세차와 건물 청소를 지시했다. 연차 휴가도 한 번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군대, 조폭세계보다 못해”…“근거 없는 주장”

2002년부터 언론사 취재 차량을 운전한 A씨(지난 4월 퇴사)는 “연합을 맡게 된 당시, 내가 담당한 차량이 아닌데도 세차를 해야 했으며 차를 다 닦아도 쉴 수 없을 만큼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비가 온 뒤 차체 물기를 닦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근시키지 않거나 상습적으로 (정 반장이) 뒤통수를 때리는 등 군대, 조폭세계보다 못한 일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에 퇴사한 B씨도 “폭력과 욕설은 일상적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건네는 술잔을 거부했더니 정 반장이 내 뒤통수를 갑자기 때렸다”고 밝혔다. C씨도 “(정 반장에게) 뺨을 맞았다”며 상습적인 손찌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에서 일을 했던 E씨는 지난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휴일에 집안일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집사람에게 전화 걸라’고 하더라. 결국 일하라는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 반장은 현재는 정년퇴직한 후 촉탁직으로 배차실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정규직으로 연합뉴스에서 일을 해온 정 반장이 ‘갑’의 위치에서 파견직 노동자 목줄을 쥐락펴락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파견직 노동자의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이후 계약 연장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이들의 주장을 송두리째 부인했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운수노동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근거가 없는 내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 부장은 ‘출장비 수수료를 뗀 것 아니냐’는 질문에 “파견직 노동자들이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십시일반 모아둔 것이지 내가 관여한 것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요즘에는 군에서도 폭행이 발생하면 바로 신고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폭행을 가하느냐”며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휴가도 자발적으로 가고 싶은 날짜에 다 갔다”고 반박했다.

엉뚱한 노동자가 해고되기도

양측(운수노동자, 연합뉴스)은 첨예하게 대립하며 송사를 벌이고 있다. 퇴직한 운수노동자 측은 정 반장을 폭행, 폭언 혐의로 고소했고, 연합뉴스를 파견법 위반 등을 이유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역시 A씨를 무고죄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연합뉴스 송현승 사장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정 반장의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의 투서를 보냈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해 특별조사위를 꾸렸고 결론은 ‘문제없음’이었다.

남맹우 연합뉴스 경영지원국 부국장은 13일 “(A씨) 투서와 관련한 내부 조사는 모두 끝났다”며 “A씨가 주장한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게 결론”이라고 전했다. 정 반장은 투서와 관련 “(A씨는) 연합뉴스와의 계약이 끝나고 방송 쪽인 뉴스Y에서 일을 했으면 했는데 근태가 원활하지 않았다. 2년만 하고 끝났다”며 A씨가 연합뉴스에 대해 날을 세우는 것이 파견근로기간 2년을 다 채운 뒤에 뉴스Y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 = 이치열기자)
 

A씨는 이에 대해 “계약과는 무관하다”며 “어떤 곳보다 인권과 근로조건 개선에 힘을 써야 할 한국 언론사의 민낯을 제대로 알리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A씨의 내부 고발은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A씨의 사용자인 인력업체 △△△파워 측은 연합뉴스를 방문해 생뚱맞게 B씨에게 사직서 날인을 강요했다. 연합뉴스가 A씨의 지인 ㄱ씨와 친분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B씨와 계약 연장을 거부한 것에 따른 조처였다. B씨 입장에서는 억울한 해고였다.

지난 7월 최명기 연합뉴스 총무부장은 B씨와의 면담에서 “지금 회사에서는 A씨에 대해서 무지하게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다. 회사에서 법적 대응도 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희생이 되셨을 뿐인데...(중략)...이게 B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게 시기가 하필 B씨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성실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A씨 문제 때문에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최 부장은 13일 B씨 해고사유에 대해 “이 사건은 단일 창구가 있다. 그쪽으로 문의하면 된다”고만 답했다. 

B씨는 “기자 취재에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일을 해왔다”며 “어떻게든 회사에 득이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연합뉴스도 인정했을 정도다. 앞으로 이런 불합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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