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한 3국이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한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와 한국의 야 3당 국회의원들은 원전의 위험성에 공감했으며, 나아가 동아시아 탈핵 연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녹색당이 공동으로 간 나오토 전 일본총리 국회 강연회 및 야3당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1부 강연, 2부 좌담회로 구성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전 총리는 강연에서 “원자력발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값싸지도 않다”며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체르노빌 사태처럼 되지 않을까 싶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전문가가 최악의 경우 250km까지 주민들이 대피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250km가 “국토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피해를 입고 인구 5000만 명이 대피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도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럴 위험성은 충분했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 ‘후쿠시마 넘어 탈핵으로’ 강연회의 강연자로 나선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 금준경 기자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까지 원전의 위험성을 외면했다. 간 전 총리는 “원전이 큰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원전 안전신화에 나 역시 젖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인식이 바뀌었다”며 “가급적 원전을 없애는 것이 일본을 위해서도, 일본인들을 위해서도, 나아가 세계인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날 간 전 총리는 원전이 값싼 발전형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일본에서도 원전이 값싼 발전이라는 주장이 강했다. 그러나 이 계산은 원전 사용 후 핵연료처리비용을 제외했을 뿐더러 원전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뤄졌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2부 좌담회에선 탈핵을 위한 동아시아의 협력이 화두가 됐다. 좌담회는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대표가 사회를 맡고 간 나오토 전 총리,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제남 정의당 의원,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명숙 의원이 동아시아 핵발전소 현황을 보여주며 “현재 동북아는 핵 화약고가 됐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한국과 일본, 중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상황에서 한 나라만 원전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한중일 삼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한중일 탈핵연대가 있었으면 한다. 정부와 민간 합동의 거버넌스 형태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후쿠시마 넘어 탈핵으로’ 강연회 및 야3당 공개 좌담회. 왼쪽부터 김영희 탈핵법률가 모임 대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김제남 정의당 의원,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금준경 기자
 

간 전 총리는 즉각 화답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한 삼국이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한다”며 “탈핵 뿐 아니라 유럽처럼 재생에너지 개발을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는 수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정치인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이 원전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고리1호기,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제안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정당이 탈핵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본에 가 보니 9개 정당이 참여하는 탈핵을 추구하는 초당적 의원모임이 있었다”며 “한국의 정치인들도 초당적 모임을 만들고 일본의 탈핵정치인 모임과 연대해, 정치인연대를 만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 전 총리는 마무리발언에서 “한국에서도 탈핵을 추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오늘날 한일관계가 좋지 않아 소통이 쉽지 않지만 원전과 핵무기에 대해서는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후쿠시마 넘어 탈핵으로’ 강연회 및 야3당 공개 좌담회. 왼쪽부터 김영희 탈핵법률가 모임 대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김제남 정의당 의원,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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