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춰진 것은 알려진다’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앞으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지금 계절이 바뀌듯 진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함께하겠다.”

여야의 세월호 3차합의 이후에도 기독교인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저녁7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소속 회원 30여 명이 참여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도회’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었다. 이날 기도회에는 일반 교인들 외에 이윤상·이용안·장병기·전성표·조정현 목사가 참석했다.

지난 2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감리교정의평화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민주쟁취기독교행동(기독교행동)’이 여야가 이번 3차 합의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그날 저녁에는 감리교 시국대책위원회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국기도회와 함께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는 지난 5일까지 40일이 넘는 단식을 이어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기독교인들의 잇따른 도움에 감사를 전했다. 권씨는 “이번 일(세월호 참사)을 겪고 많이 힘들었지만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특히 이윤상 목사님은 매주 빨랫감을 들고 가 빨래를 해서 돌려주신다”며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많은 종교인들이 우릴 도와줬다. 덕분에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오영석 군 어머니 권미화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권씨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인들에게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후 정말 투표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그동안 정치는 관심 밖이라고, 법은 어려워서 잘 모른다고 말하고 다녔다. 근데 그게 자랑이 아니더라. 그렇게 무관심하게 살다보니 우리가 지금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여러분의 미래가 우리가 되지 않도록 정치와 법에 많이 관심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도회 묵상을 진행한 전성표 목사는 검찰의 세월호 참사 수사결과를 비판했다. 전 목사는 “검찰이 밝힌 참사 원인은 ‘과적과 변침’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엘리트 집단이 내린 답”이라며 “그러나 아직 남은 의혹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어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춰진 것은 알려진다’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앞으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지금 계절이 바뀌듯 진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안 목사는 정부와 여야를 향해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는데도 누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가.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10명의 실종자가 아직도 팽목항 그 깊은 바다에 갇혀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또 다시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있고 여야정치인들은 야합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기도회에 참석한 홍윤경(46)씨는 “그동안 기도회에 여러 번 왔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얘기했듯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감리교 시국대책위원회가 대한문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시국기도회를 열고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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