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연루된 용인 공세지구 아파트단지 사업 분양권자 피해에 대해 산업은행과 삼성생명의 도의적 책임을 거론한 머니투데이 칼럼이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4일 박준식 기자의 <산업은행은 황제노역 회장을 방치했나> 칼럼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그러나 현재 이 기사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검색하면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창이 뜬다. 

박준식 기자는 칼럼에서 허 회장과 대주건설이 “미리 받은 분양대금과 대출금 중에서 324억원을 해당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계열사 대한조선에 투자했고 889억원은 자신의 특수관계인(계열사 등)들에 대여했다. 그리곤 이 돈을 몇 년간 회계적으로 손실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삼성생명의 책임에 대해 박준식 기자는 “산업은행과 삼성생명은 PF(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금 30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인과 대출자 자격으로 이 (시행사의) 배임횡령 혐의의 행위를 막을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며 “이들은 시행사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지켜보기만 했고 사업이 실패로 기울자 예비입주 세대에 앞서 남은 돈을 빼가기에 급급했다. 결국 손실은 애꿎은 분양세대가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 9월 24일 머니투데이 칼럼 <산업은행은 황제노역 회장을 방치했나>가 삭제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접속하면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창이 뜬다.
 

박준식 기자는 칼럼에서 “아파트 시행사의 수백억원 조선사 투자를 묵인한 걸 뒤늦게 알아낸 피해자들은 7년 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힘 있는 은행과 보험사가 아파트 분양세대들에는 피해를 입히고 사기죄 혐의가 있는 허재호 회장을 도운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파트 분양권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남궁진 회계사는 “칼럼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남궁 회계사는 “허 회장이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에 돈을 빼돌렸고, 산업은행이 돈이 나갈 수 있도록 묵인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궁 회계사는 산업은행과 삼성생명 중 어느 쪽 책임이 크냐는 질문에 “지급보증인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변했다. 칼럼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남궁 회계사는 “칼럼 내용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칼럼을 쓴 박준식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안타까워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기사가 삭제된 이유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건 맞지만 송고된 기사에 대한 편집권은 데스크에 있다. 기사 삭제여부에 대해서는 업무상 관할이 아니므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담당 데스크인 머니투데이 증권부장은 기사가 삭제된 이유를 묻자 “바쁘니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통화에선 “할 얘기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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