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성품이었고 의로운 운동에는 항상 앞장섰던 분”

1975년 3월 당시 성유보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와 동아일보에서 같이 해직되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거쳐 언론 운동의 고락을 함께한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인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동아투위 위원장을 지내며 자유언론 수호와 언론민주화운동을 이끈 성유보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이 별세했다. 성유보 이사장은 8일 오후 5시께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고인은 지난 3일 수술을 받고 입원중이었다. 향년 71세.

   
▲ 지난 8일 별세한 고 성유보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이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을 역임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9일 오전부터 고인의 지인과 사회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고인과 경북고 동창(42회)인 윤종명 씨는 이날 아침 빈소를 찾았다. 윤 씨는 “9월 13일 만남 때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참 좋은 친구였다”며 고인과 추억을 회상했다.

9월 13일은 1960년 경북고 뿐 아니라 대구 지역 학생들이 모여 진행했던 ‘2·28 대구 고교생 연합 데모’를 이끌었던 고 이대우 전 부산대 교수의 5주기 추모식 날이었다. 조용하게 공부도 열심히 하던 경북고 성철수(이후 성유보로 개명) 학생은 서울대 정치학과 진학 이후 68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고인은 74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면서 본격적으로 언론자유와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초대 사무국장를 맡아 월간 <말>을 창간했다. 88년엔  한겨레 창간에 참여해 초대 및 4대 편집위원장, 논설위원 등으로 활약했다. 1998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을 맡았다. 이어 방송위원회 상임이사, 방송평가위원회 위원장,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케이블티브이 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언론인이자 민주화 운동가였다. 98년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2000년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비롯해 2013년 희망래일 이사장, 2014년에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을 지내며 반세기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고 성유보 이사장의 빈소는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다. (02)2227-7500.
 

재야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이날 빈소에서 고인을 “추상적인 말 같지만 정말 진실하고 성실한 분”이자 “고마운 분”이라고 평가했다. 87년 민주화 당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사건으로 당시 민통련 사무처장이던 장 대표는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투옥 중이었다.

장 대표는 “우리가 다 수감됐을 때 87년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분이 성유보 선생”이라며 “자신이 정치를 하거나 대표를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지만 집요하게 언론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싸우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동아투위에 함께 했던 이부영 전 의원은 고인을 “자네는 백마 타고 온 초인”이라 표현했다.

바둑을 좋아했던 고인은 차분한 성격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부터 87년 6월 항쟁까지 한국 민주주의 운동사를 최초로 정리한 책 〈6월항쟁을 기록하다〉를 고인과 함께 작업했던 유시춘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입집행위원은 고인에 대해 “세상에 이렇게 한결같은 분이 없다”고 표현했다. 유 위원은 “언론이 ‘민주화의 척도’라는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았던 고인은 형사가 옆에 접근해도 평화롭고 의연했다”며 “차분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지난 1월부터 한겨레의 회고록 ‘길을 찾아서’ 연재를 통해 70~80년대의 어두운 독재시대를 증언하고 그 교훈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책이 민주화 운동에 초점을 뒀다면 이 연재는 좀 더 고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글이다. 김명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의장은 “고인이 돼 아쉽지만 그래도 언론 운동의 역사와 자신의 역사를 글로 남겨놓은 것은 소중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 고 성유보 이사장의 빈소는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다. (02)2227-7500. (사진출처 - 한국PD연합회)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이다. 발인은 오는 11일 오전 7시며, 이날 노제, 한겨레신문, 서울광장 등을 지나는 영결식인 ‘민주·통일 이룰 태림, 참언론인 고 성유보 선생 민주사회장’은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영결식엔 함세웅 신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공동 장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등 언론계 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회 인사가 장례를 치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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