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YTN 해직사태가 6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YTN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배석규 YTN 사장이 2009년 취임한 이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내부 구성원들은 “해직자 6명이 돌아오지 않는 한 YTN 정상화는 없다”고 절규하지만 배 사장은 임기 말까지도 강고하다. 그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이에 맞서는 YTN노조의 저항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 5년 ‘배석규 체제’를 되돌아보고 YTN 위기를 진단했다. 

임기 말까지 막강한 ‘막장’인사

한 조직 수장의 ‘첫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새 조직 비전과 목표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2009년 8월 ‘MB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난 후 직무대행을 맡았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첫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매파’를 중용해 친위부대를 구축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구성원에는 중징계를 내렸다. 노조를 무력화하고 조직을 지배, 장악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배 사장은 단체협약에 규정된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 폐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김백 경영기획실장(현 상무이사)을 보도국장에 선임했다. 임장혁 <돌발영상> PD(현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는 하루아침에 ‘대기발령자’가 됐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노조를 배제한 인사는 ‘배석규 체제’를 공고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YTN A기자는 “지난 5년 동안 승진 인사, 특파원 선발 등에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 받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며 “편을 나누어 인사를 하는데 경쟁력 있는 사람이 주요 보직에 갈 수 있겠나. YTN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YTN 출신 윤두현 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깊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수종 부국장이 지난 2일 보도국장으로 임명됐을 정도로, 배 사장의 인사 기조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 지난 2012년 3월 배석규 YTN 사장은 서울 남산 서울N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연임안 통과를 확정지었다. 그는 임기 내내 YTN 해직사태를 외면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truth710@)
 

공정성 시비…‘태생’이 문제였다?

예상 가능한 행보였다. 배 사장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사 사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9월 총리실이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신임대표(배석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는 평가가 있다. 총리실은 이 문건에서 “(배 사장이)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며 직무대행이던 그를 정식 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건의했다.

정유신 YTN 해직기자는 지난 6일 “MB정권 YTN 사찰 건은 해직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줌과 동시에 배 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좋은 보도, 경쟁력 있는 보도를 위한 경영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보도국장 추천제’가 폐지된 후 YTN 보도 공정성은 크게 흔들렸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리포트는 불방 되기 일쑤였다. 뉴스 프로그램의 형식과 질은 종편과 차이가 없었다. 정권 눈치만 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포기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YTN 8년차 B기자는 “단기 시청률에 급급해하는 분위기다. TV조선에서 센 발언이 하나 나와 주목을 받으면 우리도 해당 패널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식”이라며 “종편을 경쟁상대로 여길 게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종편과 비슷해질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C기자는 “종편은 제작 시스템을 갖춰가는 데 YTN는 어떠한 노하우가 없다”며 “공정방송 차원은 차치하고, 먹고 살아야 할 뉴스 콘텐츠에 대한 경영진의 전략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경영 실적

YTN 경영 실적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매출 수치가 형편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월 YTN 공시에 따르면, 2013년 영업이익은 76억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7% 감소했다. 매출은 1201억2400만원으로 3.0%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2억7400만원을 기록해 33.7% 감소했다. 실적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 손실만 73억원이었다. 

C기자는 “YTN 수익 중 임대수입이 꽤 큰 몫을 차지하는데 현재 신사옥 건물 절반이 비어있다”며 “미래를 보고 경영을 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 사장이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경영마저 손을 놓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YTN 해직자의 복귀도 불투명한 상태다. 사측의 강고한 태도에 내부 투쟁 동력도 차츰 떨어지고 있다. D기자는 “해직자 문제는 내부 동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면서 “YTN은 겉모습만 민간회사지 정부 소유나 마찬가지 아닌가. 내부 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희 언론노조 YTN 지부장도 지난 6일 “파업도 대화 시도도 해봤지만 원활한 대화로는 해직자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며 “외부의 충격이 있지 않고는, 현 체제에서 해직자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언론사 인사에 대한 정권의 개입과 해고, 이어진 첨예한 노사 갈등과 경영 악화 속에서 YTN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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