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직된 YTN 기자 6명이 6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해 10월 6일 해직 통보를 받은 이후 복직을 위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YTN은 해직사태에 대해 깜깜소식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가나다 순) 등 언론 시민단체들은 YTN 해직사태 6년을 맞는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 해직 언론인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복직을 촉구하고, 박근혜 정부 언론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가나다 순) 등 언론 시민단체들은 YTN 해직사태 6년을 맞는 6일 오후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 해직 언론인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복직을 촉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박종률한국기자협회장은 “오늘 제 책상에서 해직사태를 잊지 않으려고 만든 ‘YTN 배지’를 오랜만에 들고 왔다”며 “YTN 해직기자 복직을 위해 현명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료 6명은 침묵하지 않았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게 언론”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회원으로 가입된 국가다. 경제 대국이라고 해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라며 “해직 언론인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건 세계적 수치”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배석규 현 YTN 사장도 언론 선배 아닌가. 그런 선배들의 무시와 무관심 속에 해직 언론인들이 방치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해결은 YTN이 후배기자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그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가나다 순) 등 언론 시민단체들은 YTN 해직사태 6년을 맞는 6일 오후 상암동 YTN사옥 앞에서 해직 언론인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복직을 촉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전두환 정권 이후 언론인 해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은 해직사태를 외면하며 언론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YTN 해직사태는 단순 언론사 책임도 아니고 입법부 책임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완기 대표는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권에 기대기 전에 언론인과 시민단체 모두가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종편, 지상파, 조중동 기자들은 이 기자회견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저널리스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근태 보고 지시 거부 및 불이행’ 등 부당한 사유로 해고된 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 이은용 부지부장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이 부지부장은 “왜 해고가 살인인지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YTN 해직기자들이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지 미력하게나마 깨닫게 된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 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 이은용 부지부장
 

이 부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이제라도 공정 보도와 언론 자유를 외치다 부당하게 해고된 YTN과 MBC 등 해직 언론인들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며 “부당하게 해고된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은 통합의 첫걸음이다. 해직 언론인 복직은 도외시한 채, 왜곡된 역사관과 정보기관 끄나풀로 활약했던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현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희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사측은 해직사태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며 “그러나 노조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 우리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대법원 판결에 의한 해법은 갈등과 분열을 영구화시켜 YTN의 새 출발 기회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권 지부장은 “YTN 스스로 힘을 모아 해직사태를 해결하면 이는 제2의 도약 기회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진정한 화해와 화합, 발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노조 또한 회사 전체 구성원들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 모두의 생존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즉각 해직사태 해결에 나서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YTN 해직 언론인이자 현재 뉴스타파에서 촬영기자로 활동 중인 권석재 기자가 이날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왔다. 권 기자와 언론의 일문일답. 

- 현재 심정이 어떠한가. 6년째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방 돌아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해직 기간이 길어졌다. 문득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깨닫는다. 솔직히 말해, 해직 5년째와 6년째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 기자회견을 직접 취재했다. 어떤 기분이었나. 
“원래 취재 나올 생각이 없었다. YTN 해직사태는 내 일인데 민망하잖나. 그런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다려주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 권석재 YTN 해직기자, 현 뉴스타파 촬영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 해직 이후에 정권이 바뀌었다.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 있지 않았나.
“대선에 희망을 걸기도 했다. 사실 2012년 대선이 끝났을 때 눈물이 났다. 그러나 정권이 변하는 걸 기대하는 건 부질 없다. 옳은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은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이치, 순리를 믿는다. 우리 6명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잖나. 옳은 일, 정당한 일을 했을 뿐이다. 나중에 제대로 평가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 법원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 
“판결에 별 기대하지 않는다. 6명이 다 승소한 상태였다면 기대를 했을 텐데 2심에서 3명만 무효가 아니었나. 우리가 원하는 판결을 예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편집자 주 : 2011년 서울고법은 해직자 6명 가운데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에 대해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09년 해고가 부당했다는 1심 판결 일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3년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 YTN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말해 최악이다. 어디 YTN만의 일일까. 대부분 언론에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사라졌다. 언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현 YTN 경영진들은 영혼도 없고 의식도 없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덕분에 YTN이 언론이 아닌 오락도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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