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임명된 박래용 신임 편집국장 인터뷰를 위해 몇몇 경향신문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냐고.’ 평가란 게 늘 그렇듯 반색과 우려가 함께 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그의 업무 능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어떤 성과를 이뤄낸 것일까. 그를 지난 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박 국장은 2010년 10월 디지털뉴스국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페이지뷰 ‘PV(Page View)’를 사회부 용어 ‘PB(Police Box, 경찰서)’로 오인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박 국장은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전국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그의 경험과 능력은 디지털 부문에서 빛을 발했다.

그해 경향신문은 중앙일간지 가운데 선도적으로 ‘온라인 퍼스트’를 선언했다. 2012년에는 편집국이 ‘온오프통합뉴스룸’으로 변신했다. ‘그놈 손가락’와 같은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 업계 주목을 받은 페이스북 관리 담당자 ‘향이’, 그로 인한 페이스북 ‘좋아요’ 20만 돌파 등 디지털 부문성장 ‘1등 공신’으로 구성원들은 박 국장을 지목했다. 그에게 경향신문 미래와 앞으로 펼쳐나갈 디지털‧모바일 전략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 박래용 경향신문 신임 편집국장. (사진=김도연 기자)
 

현재 경향신문 온라인 부문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가 있다. 이 부문을 언제 맡게 됐나?

2010년 10월부터 3년 동안 온오프통합추진단장, 디지털뉴스편집장을 논설위원과 겸직했다. 당시 경향닷컴이 자회사 개념으로 분리돼 있었는데 그걸 편집국과 통합해야 했다. 낮에는 사설을 쓰고 업무가 끝나면 사람을 모아 얘기를 듣곤 했다.   

원래 디지털‧모바일 부문에 관심이 있었나.

처음에는 페이지뷰 ‘PV’(Page view)를 ‘파출소’로 알아들었다. 사회부 기자들은 경찰서를 ‘PB(Police box)’라고 부르곤 했다.(웃음) 인사권자는 황무지 같은 온라인 부문을 불도저처럼 닦는 데는 ‘박래용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던 거 같다. 온오프통합을 위해서는 편집국의 도움이 절실했고, 아무래도 그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으니 적격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3년 동안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지난달 말 취임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변화를 준 것이 있나. 

경향신문 미래위원회라는 걸 꾸렸다. 위원장을 내가 맡았다. 그 밑에 4명씩 지면소위, 온라인소위를 꾸렸다. 10월 안으로 (온라인 및 지면 등)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오면 구성원들과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견이 없으면 로드맵을 확정해 바로 액션플랜을 짤 것이다. 

지면과 관련해서는 편집국 아침회의를 오전 10시에서 11시로 늦췄다. 지면 무게중심을 ‘오후’로 둔 것이다. 대신 오후 2시 회의를 강화했다. 2시 회의에는 모든 부장이 참여한다. 초판 신문을 더욱 단단하고 촘촘하게 만들 것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아침보고에도 변화를 줬다. 온라인 부문 보고가 첫 번째다. 전날 어떤 기사가 가장 반응이 좋았는지 판단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디지털편집장이 전날 온라인 상황을 보고하고 그 다음에 정치부장, 경제부장이 보고하는 식이다. 

디지털‧모바일 전략과 관련 구체적으로 구상한 게 있나. 

디지털뉴스 편집장할 때 만든 로드맵이 있다. 그걸 바탕으로 비전을 세울 것이다. 첫 단계는 온오프를 하드웨어적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발전 도약기다. ‘온라인 당번제’와 ‘온라인 마감제’가 대표 사례다. 온라인 당번제는 각 부서에 온라인 당번을 두어 이슈를 처리하고, 온라인 마감제는 트래픽이 가장 높은 출퇴근과 점심 시간대를 고려해 기사를 출고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단계로 구성하고 있는 건 ‘큐레이팅’이다. 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기사, 인터뷰, 동영상, 인포그래픽, 칼럼 등을 웹사이트에 걸어 사실상 ‘미니포털’을 만든다. 그것에 더해 모바일을 강화할 것이다. 플립보드 모바일이 보기가 좋더라. 그걸 만들어 보려다 2013년 정치에디터 겸 정치부장 발령 받았다(웃음). 추후 경향신문 모바일 페이지와 웹 페이지는 개편할 것이다. 

   
▲ 박래용 경향신문 신임 편집국장. (사진=김도연 기자)
 

최종 단계는 무엇인가. 현재 경향신문은 어느 단계에 있나. 

영국 신문 가디언은 대처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지면 기자와 온라인 기자가 협업을 통해 대처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저널리즘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고 다들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나는 그걸 ‘멋진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대처 기사 옆에 칼럼, 기사, 동영상, 인포그래픽 등 수십 가지 아이템이 나무 열매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지면에도 일정부분 노출이 되기도 하고. 경향신문은 2단계에 정체돼 있다고 본다. 온오프 뉴스 방향과 로드맵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좌고우면 학습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재 출판국에서 레이디경향과 주간경향이 나온다. 레이디경향에는 패션, 음식 등 시각을 자극하는 훌륭한 콘텐츠들이 있다. 좋은 콘텐츠들이 100%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자매지 콘텐츠를 경향신문 웹이나 모바일과 연동해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 신문사들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경향신문에서도 이런 일을 예상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구조조정보다 역할 재배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현재 지면과 온라인 비중이 9대1, 8대2 수준이다. 무게중심을 온라인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구성원 누구도 이견이 없다. 특히 모바일 비중과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역할 및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한국일보는 60주년 기획 기사를 통해 2030년에는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향신문은 어떤가.

종이신문 멸망을 예측한 기사와 그래픽은 수도 없이 나왔다. 한국에 대해서는 2025년, 2030년을 언급하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종이신문 멸망은 쉽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 시계를 사는 게 단순히 시간을 보려는 행위가 아니듯 온라인 기사가 홍수처럼 범람하고 폭주했을 때 지면은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온라인에는 담겨있지 않은, 수준 높은 콘텐츠가 여전히 지면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타 매체에 비해 경향신문엔 ‘스타기자’가 없다는 평가가 있다. 

경향에도 스타로 불리는 기자가 있다. 그러나 인지도 높은 스타기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한다. 종합일간지는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기자들이 많다. 수많은 온라인 매체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다. 준전문가들이다. 교수와 달리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까지 몸소 익히고 있다. 이런 능력을 십분 활용해 대중 소비자 욕구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기자 개인의 영향력은 극대화할 것이다. 기사 쓸 때보다 오히려 블로그 하나 띄우는 게 더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맛 봐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 박래용 경향신문 신임 편집국장. (사진=김도연 기자)
 

경향의 경제 기사는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자본 권력과 관계설정도 궁금하다.

타 매체는 경제섹션을 따로 둔다. 그래서 두드러져 보이는 측면이 있다. 물론, 실제 경제 쪽 콘텐츠가 약한 것일 수도 있고. 경제면에 해당 기사가 있긴 하지만 지면 섹션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비주얼을 강조할 것이다. 제목도 쉽고 간명하게 만들 생각이다. 

자본 권력에 대한 경향 논조는 편집국장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경향신문 원칙과 정체성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없다. 자본권력과는 ‘불가근불가원’이다. 비판은 강하고 날카롭게. 잘하는 게 있다면 칭찬에 인색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지면을 꾸려 나갈 생각이다. 

언론사 내부 인적구성은 역삼각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시니어들은 젊은 기자가 갖고 있지 못하는 경륜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 현재는 100%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젊은 기자들만 채근하는 분위기는 지양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바구니에 들어와서 신문을 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취임 일성을 듣고 싶다. 

소견문에서 ‘자유당 때 경향신문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1등 신문 한번 해봅시다’라고도 말했다. 신문이 하루아침에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곤 보진 않는다. 신문이 망하는 건 순식간이지만 신뢰와 기대를 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신뢰와 기대가 축적이 돼야 1등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여러 부문에서 있어서 동반상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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