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20여명의 청중들이 각자의 생각을 노란 쪽지에 적는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연락처도 함께 적어 내 쪽지들을 섞는다. 청중들이 무작위로 나눠 갖고 자신이 받은 쪽지에 적힌 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와우북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4시 30분, 마포출판진흥지구협의회(DPPA) 4층에서 열린 1인출판사 릴레이 강연의 강연자인 오승환 씨의 제안으로 이뤄진 소통의 시간이었다. 이현진 책문화예술센터 사무국장은 “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이번 와우북페스티벌 취지에 적합한 행사”라고 강연을 소개했다.

10월 1~5일 마포구 홍대 앞 주차장 거리 일대와 대안공간, 카페 등에서 펼쳐진 제10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와우북)은 '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국내 출판사 100여 곳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와우책문화예술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울특별시, 마포구청, 서울문화재단 등이 후원했다.

책문화예술센터 대외협력팀의 민복기 대리는 “이번 행사가 10주년을 맞아 ‘책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주제를 ‘책이란 무엇인가’로 정했다”고 말했다. 민 대리는 “책을 사고파는 행사를 넘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많은데 이런 시대에서 책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 65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세월호이야기 '한뼘 그림책'을 파는 곳에서 아이들이 와우북 행사 마지막날인 5일 오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 = 와우책문화예술센터 페이스북)
 

어린이책놀이터 옆에 위치한 E섹션에는(와우북 행사는 A~I까지 9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 세월호이야기 ‘한뼘그림책’ 부스를 찾았다. 책의 서문을 쓴 임정자 동화작가는 풍선에 바람을 넣고 있었다. 이곳은 65명의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가 모여 만든 책 ‘세월호이야기’를 판매하면서 노란 풍선과 엽서를 나눠주는 곳이다.

홍대에 친구와 놀러왔다가 부스에 들른 김다흰(23)씨는 그림책을 구입했다. 김 씨는 “수익금이 세월호 행사를 위해 쓰인다고 해 사게 됐다”며 “희생자 입장에서 보면 사건이 오래돼 피로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임 작가는 “여기 풍선은 작가들이 모은 돈으로 준비했고 엽서에 포함된 글과 그림도 다 작가들의 재능기부”라며 “책의 수익금은 다시 세월호 행사에 필요한 곳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제10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해 38만명이 다녀갔던 행사는 올해도 비슷한 인원이 참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C섹션 ‘마음산책’ 부스에서 책을 택배로 주문한 장 모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와우북을 찾았다. 한 출판사에서 5만원을 넘기기 위해 열심히 가격을 조정하고 있었다. 대부분 출판사에서는 5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로 배송을 해주고 있다. ‘책세상’에서 인문학 책 9권을 주문한 한 20대 여성도 무료 배송을 주문했다. 그는 “남자친구랑 데이트도 할 겸 나왔는데 무겁게 들고다닐 수는 없잖아요”라며 “한 출판사에서 많이 사야지만 배송을 해주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이세진씨도 “시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배송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 대리는 “내년에는 택배회사도 참여하게 해 택배 부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와우북 행사에 8월초에 선발된 자원봉사자 40여 명은 운영팀, 홍보팀, 상황팀으로 나눠 시민들을 안내했다. 휴학생인 이동하(24)씨는 이번 행사를 함께하며 “책이 좋아서 참여한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같이하며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며 “어제(4일) 허지웅 작가를 직접 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라 부스를 운영하는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화장실 문제였다. 임 작가는 “비용을 내서라도 곳곳에 화장실을 설치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큰 건물 안 장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G섹션에 위치한 ‘바람의아이들’ 출판사 관계자는 다른 문제점을 지적한다. 소형출판사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마다 주력하는 책이 다르니 섹션별로 같은 주제를 묶어줘야 한다”며 “출판사만 듣고 어떤 책이 주로 있는지 아는 독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와우북 행사 담당자인 민 대리는 “결국 예산과 인력 문제”라고 말한다. 민 대리는 “홈페이지도 모바일용으로 만들고 사전 홍보, 편의시설 개선도 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된다”며 “내년엔 책도 주제별로 나눠서 출판사와 독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 65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세월호이야기 '한뼘 그림책'을 파는 곳에서 아이들이 와우북 행사 마지막날인 5일 오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 = 와우책문화예술센터 페이스북)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있는 행사의 홍보 문제도 시급해보였다. 체험행사가 모여있는 H섹션에는 마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지원센터)에서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 스토리’(청진기)가 열렸다. 지원센터 진영숙 팀장은 “청소년이 궁금해 하는 직업인을 멘토로 모셔 상담해주는 행사인데 홍보가 안 되서 아쉽다”며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만큼 체험프로그램이 많아지고 홍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은행나무 출판사 관계자도 “도서정가제 시행되면 결국 지금과 같은 도서 할인판매 위주로는 오래갈 수 없다”며 “흥미로운 행사가 없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 지적했다.

와우책문화센터는 올해 10주년을 계기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민 대리는 “올해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하지 못한 ‘어린이 와우북’행사를 (사무실이 있는)월드컵 경기장에서 어린이날에 진행할 계획”이라며 “행사가 끝나면 참여자들의 평가를 반영해 내년엔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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