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2위, 북한은 10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7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4일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실세’ 3명이 참석해 남북대화의 막힌 물꼬를 트는 등 ‘엉망’이란 평가를 받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판을 받은 이번 아시안게임도 그나마 어떤 ‘진전’을 이루었는데, 우리 언론들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언론이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는 ‘남남북녀’, 스포츠 경기에 참석한 북한 선수들을 ‘외모’를 기준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아시안게임 개막 전부터 언론의 초점은 ‘북한 응원단’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화제를 모았던 북한 응원단이었지만, 남북관계라는 본질이 아닌, 북한 응원단의 미모에 대해 집중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 국민일보 7월 12일자. 7면.
 

국민일보는 지난 7월12일 <북한 내 극소수 서구형 최고 미녀들이 온다> 기사에서 “북한 상위 1%의 서구형 미인 중에 선발된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7월8일 <북 미녀응원단 200~300명 보낼듯> 기사에서 “사상이 투철한 인민보안부 여성악단이 주축을 이루고 무용과 음악에 능한 평양음악무용대 학생과 전국에서 뽑힌 지방대 출신 미녀로 구성된다”고 보도했다. YTN은 ‘부유층 자제가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두 언론사의 보도는 다소 간 차이가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의심스러운데다, 장막에 쳐 있는 북한사회에 대한 관음증을 자극하는 보도라는 점에서 문제다. 국민일보의 “입조심 못한 미녀일부가 수용소 생활을 한다”라는 보도는 탈북자 증언 외에 확인할 길이 없다.

이후 아시안게임이 시작하면서 북한 선수들의 ‘외모’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스포츠지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심했다. <북한대표팀, ‘인형같은 미모 뽐내며!’>(스포츠조선), <‘상당한 북한 싱크로 미녀군단의 미모’(MK스포츠), 심지어 <미모는 아니지만 북한응원단이야요>와 같은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 9월 22일자. KBS 뉴스화면 갈무리.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KBS는 지난달 22일 북한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경기를 보도하며 ‘어이 없는’ 질문을 했다. 해당 대표선수들을 지도한 북한 감독에게 “북한에도 성형수술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에 북한 감독은 “성형수술이 뭡니까?”라고 되물은 뒤, “원래 그대로 그 얼굴”이라고 답했다. 이 리포트에서 해당 기자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북한 미녀 선수들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폐막을 앞두고 북한 대표단이 방문하자 종편들은 ‘특유’의 보도행태를 이어갔다. 채널A는 4일 “북한 대표단이 장어요리를 특히 잘 먹는다”는 소식을 굳이 자막으로 ‘긴급’을 붙여 내보내기도 했다. TV조선은 뉴스특보에서 북한 대표단이 ‘007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 채널A 방송화면 갈무리.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면에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대하며 보도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흥미 유발을 위해 북한 여성들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등의 태도는 그동안 계속 이어져왔다”며 “북한이 어떻게 낙후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월성을 드러내려는 태도는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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