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버스’를 탔던 1000여명의 시민들은 연휴 교통정체로 인해 3일 오후 늦게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팽목항에 도착한 시민들은 도착 직후 '진도VTS'까지 침묵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오후 9시 10분부터 세월호 유가족및 실종자 가족과 함께 ‘기다림의 콘서트’ 문화제에 참가,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기다림의 버스' 참가자 시민 1000여명이 팽목항에서 진도VTS까지 침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기다림의 버스’를 탔다. 강찬덕씨는 아들과 나란히 버스 좌석에 앉았다. 강씨는 “예전엔 진도에 혼자 갔는데, 이번엔 아들과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살아갈 세상에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해 진도에 가게 된 시민이 또 있었다. 신현경 사회복지사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신씨는 “가르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20년 후를 위해 버스에 탔다”고 밝혔다. 

영등포에서 온 이용숙씨도 “지금껏 사회에 큰 관심 갖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사회참여의 계기가 됐다. 이씨는 “내가 세월호 참사에 침묵한다면 나중에 나와 내 가족이 비슷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 이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세대행동’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 이날 '기다림의 버스'엔 가족과 함께 한 참가자가 많았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힘을 얻었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윤충렬씨도 버스에 올랐다. 이번엔 타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다. 윤씨는 “쌍용차투쟁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들에게 잊혀지던 때였는데, 2012년 많은 분들이 다시 관심을 가져 주신 덕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월호도 잊혀지고 있다. 우리의 방문이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며 ”잊지 말자는 것. 그게 위로가 되고 치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1000여명의 시민들은 팽목항에 도착한 직후 진도VTS까지 침묵행진을 벌였다. 이후 시민들은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과 함께 본 행사인 ‘기다림의 콘서트’ 문화제에 참가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최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대표해 무대에 섰다. 최씨는 한국에서 세월호 유가족으로 사는 일은 '더럽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은 노숙을 밥 먹듯 해야 하고, 내 자식 죽은 이유 알려달라고 150일 동안 서명 받아야 하고, 길거리에 드러누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씨는 ”이렇게 더러운 일인데도 실종자 가족분들은 유가족이 되는게 소원이라 하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예전부터 우리가 원하는 건 왜 우리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는지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운동을 가리켜 ”덮으려는자와 밝히려는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 김시연양의 어머니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아직 실종자로 남은 김시연 양의 어머니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딸이 나타나 기타를 치고, 오늘 학교애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것 같다”며 슬퍼했다.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눈물과 박수로 격려했다. 

‘기다림의 콘서트’ 문화제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김훈, 강허달림, 김제동, 정민아 등 문화예술인이 함께 했다. 

   
▲ 소설가 김훈이 문인을 대표해 무대에 올랐다. 이날 문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 '눈먼자들의 국가'를 실종가 가족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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