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의 사랑이냐, 김중배의 다이야몬드냐. 삼성전자와 일전을 벌였던 전자신문 경영진의 선택도 신파극의 주인공 심순애의 선택과 다르지 않았다. 전자신문은 결국 돈으로 밀어 붙인 삼성전자에게 무릅을 꿇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갤럭시 S5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삼성전자가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광고를 중단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사고를 통해 삼성의 언론재갈 물리기라고까지 반발했던 전자신문이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여 만에 ‘정정기사’를 낸 것이다.

   
전자신문 9월 26일자 정정보도문
 

“이 정도 했으면 열심히 했다. 삼성과 싸웠는데 이 정도 사례가 있느냐” 정정기사를 신문에 낸 전자신문의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한국 언론의 맨 얼굴을 드러낸 서글픈 이야기다. 저널리즘의 관점에서는 ‘틀린’ 이야기지만, 언론사 경영의 관점에선 틀린 이야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도 삼성전자의 돈을 먹고 산다. 소위 삼성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언론도 삼성의 긴 그늘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제일기획사가 매년 펴내는 ‘광고연감’의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광고비지출 순위에서 SK텔레콤을 2위로 밀어낸 2003년부터 1위 광고주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언론사의 최대광고주다. 2014년 광고연감이 출간 전이기 때문에 2013년 통계를 집계하지는 못했지만, 삼성전자는 2013년에도 역시나 1등 광고주일 것임은 명약관화다. 2등은 들쑥날쑥해도 1등은 부동의 삼성전자다. 이런 삼성전자가 언론에게 주는 광고비는 천문학적 액수다. 2003년도부터 2012년도까지 10년간 지출한 광고비를 총합해보니 무려 1조5617억원에 달했다. 2위인 SK텔레콤과 비교해보아도 5,600여억원 차이가 났다. 2012년 한해만 봐도 1990억원, 2위인 현대자동차와 1000억원이상의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의 광고집행액은 가히 압도적이다.

   
삼성전자와 다른 대기업 광고비 지출비교표. 광고비 지출 순위 : 좌측 기업명단 위에서 아래로. 데이터 출처 : 제일기획 광고연감. 표작성 = 윤성한 논설위원
 

신문, 방송, 인터넷언론 등을 망라한 한국의 언론은 삼성전자가 저렇게 지출해 오는 광고비에 상당히 의지해 살아간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언론사 보도들의 논조는 광고비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 등 대기업의 이해와 관련된 언론의 경제·산업·정부정책 기사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만약 한국언론이 잠깐 삼성에 호기를 부린 기사를 게재한다 해도 일회성이거나 잠깐이다. 결국 제 먹여 살리는 삼성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번 전자신문의 경우처럼 김중배의 다이야몬드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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