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란리본과 우산은 홍콩시위의 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홍콩의 행정장관을 홍콩 시민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선출토록 해 달라는 것이 홍콩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이 모습을 잘 보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이 잇달아 특파원을 파견하며 홍콩 현지 소식을 타전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번 시위 소식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도 담고 이 시위에 무엇이 쟁점인지도 소개했습니다.

당연히 언론으로서 해야 할 일이기는 한데,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KBS는 1일 보도에서 “오늘 시위에 나선 시민은 현지 언론 추산 18만여 명”이라고 했고, MBC는 “오늘도 10만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했다”는 내용을 특파원 보도로 전했습니다. 이상합니다. 원래 언론은 ‘경찰 추산’을 쓰지 않았던가요?

   
▲ 2014년 10월 2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 2014년 10월 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가 시위에 나선 홍콩시민을 인터뷰 하는 장면은 낯설기만 합니다.

 

   
▲ 2013년 11월 9일 MBC 보도.
 

위 기사는 지난 2013년 11월, 민주노총이 집회를 예고한 뒤 MBC가 보도한 리포트입니다. ‘교통혼잡’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MBC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집회 혹은 시위를 벌일 때, ‘왜 이들이 여기에 나왔을까’가 아니라 ‘왜 나와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할까’라는 점을 더 주목했습니다. 홍콩 시위를 바라볼 때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입니다. 

홍콩에서도 현재 시위가 불법일 겁니다. 중국 공안이 최루탄을 쏘아댄 것도, 강제해산에 나선 것도 중국공안 입장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홍콩의 시민들은 더 많이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들은 1일 홍콩 시위 관련 보도를 하면서, ‘불법’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했지요.

   
▲ 2014년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그런데, 위 기사를 보시죠, MBC는 지난 9월 11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농성중인 광화문광장이 ‘불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들어 ‘불법’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서울시 관계자는 “농성천막이 처음 설치될 때 사전 허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안 특수성을 감안했고, 광장 사용료와 변상금은 농성이 끝나면 일괄 납부받기로 이미 얘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MBC는 이 부분을 짚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것 같습니다. ‘시민 불편’, ‘폭력 집회’ 등의 단어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홍콩 시위를 전하는 지상파 방송들의 보도에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지상파 방송들은 국내 시위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항상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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