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신도 신모씨와의 관계를 선정적으로 방송한 TV조선 시사프로그램들이 법정제재를 피해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는 1일 유 전 회장과 신씨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진행자가 ‘거의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 아닌가’라는 표현를 사용하고, 유 전 회장의 성적 취향을 언급하는 등 관음증을 자극하는 내용을 방송했던 TV조선 <황금펀치>(5월39일자)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로 결정했다.  

야권 추천 위원 2인은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박신서 위원은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수사기관이)체액검사를 했다는 점을 확대, 추측 해석해 시사토론 진행자로서는 범위를 넘어선 거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은 “‘잠자리’, ‘성관계’ 등 이런 내용이 반복되다 보면 본질은 가고, 선정적인 표현만 머릿속에 남기 때문에 옐로우 저널리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TV조선 <황금펀치>
 

하지만 여권 추천 위원 3인은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함귀용 위원은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도피자와 조력자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묵 소위원장도 “뉴스가 아니고 토크 프로그램이라는 속성을 고려해야 하고, 표현의 강도를 봐서 권고 의견”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송됐던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역시 ‘체액 묻은 휴지’나 신씨의 외모를 언급하는 등 선정적인 방송을 했지만 행정지도인 ‘권고’로 끝났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확인된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료를 보면 다 추측이다. 그렇다면 시사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법정제재인 ‘경고’를 주장했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들은 “내용 자체가 심하다고 생각한다”(고대석),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부분이 있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김성묵)면서도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 TV조선 <돌아온저격수다>
 

다만,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TV조선 메인 뉴스인 <뉴스쇼판>에 대해서는 위원 다수가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뉴스쇼판>은 5월 27, 29, 30일자 방송에서 유 전회장과 신씨에 대해 검찰의 말을 빌려 ‘특별한 관계’로 보도하거나 “유 씨와 신 씨가 숨어있던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급습해 체액이 묻은 휴지를 확보했다” 등 이 둘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보도를 했다.  
 
함귀용 위원은 “팩트 틀린 게 없고 선정적이지 않으며 방송심의규정 조항을 위반한 게 없어 ‘문제없음’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고대석 위원도 “전반적으로 큰 문제 없고 일부 표현을 감안해 ‘권고’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성묵 소위원장이 “대담프로와는 달리 정통 뉴스며 리포트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사적인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보도했고, 수사 진행중인 사건인 점을 고려해도 법정제재에 가야 한다”며 다른 의견을 냈다. 야권 추천 위원들도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방송사 제재 기준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함귀용 위원은 “특정 종편(TV조선)에만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돼 불이익을 받는, 불균형이 이뤄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서 위원은 “한 종편에 대해 여러 번 심의 민원이 올라왔다고 해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올아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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