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반년 간 이어온 ‘오보 논쟁’은 결국 전자신문이 사실상 오보를 인정하면서 허무하게 끝났다. 이번 사건은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의 오보 여부를 떠나, 언론과 기업의 권력관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대표기업과 전문지가 정면으로 충돌했던 지난 6개월간의 과정을 돌이켜 보자.  

시작은 전 세계 출시를 앞두고 있던 ‘갤럭시S5’에 대한 기사였다. 전자신문은 3월17일 소재부품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라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 전자신문은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가 1면 정정보도 게재를 요청한 전자신문의 두 기사.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전자신문에 정정보도 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그 다음 주(25일) <삼성전자,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이라는 후속 기사를 냈다. 당시 해당 기사를 쓴 이형수 기자는 “기사의 팩트는 맞다.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삼성의 정정보도 요청서를 받은 후 후속기사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응은 처음부터 무척 강경했다.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의 첫 보도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1면 중앙 3단’이라는 크기와 위치를 정했으며, 다음과 같은 예문까지 전달했다. “전자신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로 갤럭시S5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관련 협력사는 물론 독자분들께 피해를 입히게 된 점 깊이 사과 드립니다.” 전자신문이 발끈한 이유다.  

이후 양쪽의 다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전자신문은 3월28일 1면 머리기사에 삼성전자 사장의 이름이 직접 거론된 <갤럭시S5 조기출시 신종균의 ‘虛언장담’>을 배치했고, 다른 면에도 삼성전자와 갤럭시S5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실렸다. 이 기자가 속한 소재부품산업부도 “자신들에게 불편한 내용을 다룬다고 싸잡아 언론을 깎아 내리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네요”라는 칼럼으로 삼성전자를 정면 비판했다.

   
▲ 4월8일 첫 번째 [알립니다]와 함께 나온 기획 4, 5면. '삼성전자, 언론 대상 억지소송 전말은'.
 

삼성전자는 3억4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했다. 이는 첫 정정보도 요청 후 16일 만이며,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전자신문의 오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제품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심사숙고 끝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자신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자신문은 4월7일 [알립니다]를 통해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니며 정정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자신문은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억대 소송을 거는 행위는 충분히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디지털타임스가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가 갤럭시S5 130만대를 전량 폐기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1면에 정정보도를 한 뒤라서 더욱 이번 사건에 주목했다. 

   
▲ 4월8일 전자신문 1면에 실린 [알립니다].
 

그 다음은 광고 중단으로 이어졌다. 전자신문 관계자는 4월 초 미디어오늘에 “삼성전자가 광고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S5 수율 기사가 나오니 계획했던 광고도 모두 중단됐다”며 “이 상황에서 광고가 나가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27일 이후 전자신문에는 단 하나의 삼성전자 광고도 실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은 여론전까지 벌였다. 전자신문은 삼성전자에 대한 기획기사를 수개월 동안 내보냈고, 삼성전자는 ‘삼성 투모로우’ 블로그를 통해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7월9일 “전자신문은 ‘갤럭시 S5 렌즈 수율’(3월 17일자) 관련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전자가 정정보도를 요청하자, 삼성을 겨냥한 공격 기사 160여 건을 무차별로 쏟아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전자신문 구독을 중단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는 블로그를 통해서 전자신문 기획기사를 반박했다. 이미지= ‘삼성 투모로우’ 블로그 갈무리.
 

그러나 봄에 시작했던 갈등은 여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었다. 업계에는 “전자신문이 매출이 급감하면서 준비했던 기사를 보류하고 양쪽이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고, 전자신문 관계자에 따르면 전자신문은 삼성 TF를 꾸려 기획기사를 썼으나 물밑 협상에 들어가면서 보도하지 않았다.

결국 전자신문은 9월26일자 19면 하단의 [알립니다]를 통해 “갤럭시S5에 적용된 카메라 렌즈의 수율은 보도 시점 당시 양산을 시작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고, 이에 따라 갤럭시S5 생산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소송을 취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의 목적이 돈을 받으려는 게 아니였고, (갤럭시S5) 기사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알립니다) 기사로 말했기 때문에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 9월26일 전자신문 19면에 실린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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