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안과 진도체육관 거처 이전 문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과의 갈등 등 세월호 가족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3자 협상장에서 빠진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타결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협상과정에서 새정치연합에게 전권을 위임토록 요구하는 등 유가족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여야 합의에서도 유족들의 특검 후보 추천 참여는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거처 이전 문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진도군민들이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거처 이전을 요구했지만 당장 가족들이 옮겨갈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유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는 일반인 희생자 영정을 철수, 인천 분향소로 옮기는 등 단원고 유가족들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의 세월호 특별법안 협상이 재개되자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이 국회 운영위원장실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미류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진도군민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와 앞으로 입을 피해에 대해 조사하거나, 진도군민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과 안산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전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두 대책위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입장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진상조사뿐 아니라 필요한 소통 통로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먼저 했다면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류 실장은 유가족의 의사가 배제된 여야 특별법안 협상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지금 싸우고 있지만 이후 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싸움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유가족과 구체적인 법 제정 협의를 예전부터 해야 했는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사실상 이를 가로막고 미뤄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투명하게 펼쳐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대표가 전권을 위임받아 책임질 수 있는 안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며 “피해자 의견을 반영하는 게 특별법 제정의 기본인데, 유가족은 협상의 주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유가족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배 변호사는 “이미 진술과 증거가 다 나와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전혀 없고, 가족대책위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도주할 우려도 전혀 없어 구속 사유를 충족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례적이고 무리한 영장 청구의 적절성에 대해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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