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시작된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설 미비, 자원봉사자 관리 소홀 등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를 비롯한 언론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과 미담을 전하기 바쁘다.

9월 19일부터 29일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아시안게임 관련 소식은 MBC <뉴스데스크>가 52건, KBS <뉴스9>은 101건, SBS <8뉴스>는 63건이다. 하지만 이 중 운영미숙 등으로 생긴 문제점을 짚는 기사는 드물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사건사고는 성화가 꺼져버린 것에서 시작됐다. 화장실 배관이 잘못돼 소변이 새어나오거나 냉방시설,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선수들의 불편 사례가 쏟아졌다. 선수들이 먹는 도시락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도시락 업체가 교체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철통보안을 지켜야 할 선수촌에 잡상인과 술 취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는 뉴스도 나왔다.

   
▲ 지난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화려한 불꽃쇼. ⓒ연합뉴스
 

자원봉사자 관리도 문제였다. 인력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자원봉사들이 도박을 벌이다 걸려 물의를 일으키고, 100여명이 무단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판용 좌석을 일반 관람객에게 팔아버리거나 통역담당자가 사라져 선수가 통역을 하는 등 사고는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은 방송3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MBC <뉴스데스크>가 인천 아시안게임의 문제점을 짚은 건, 9월20일자 ‘배드민턴 경기장 5분간 정전사태…경기 일시 중단 外’ 한 꼭지가 전부였다.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에 “전력소비가 급증해 정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계자 멘트를 붙인 것이 전부다. SBS <8뉴스>는 인천아시안게임 보도를 한국 선수들의 메달 소식과 대회 뒷이야기 등으로 채웠다.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KBS <뉴스9>은 그나마 비판적인 접근의 뉴스가 3-4꼭지 있었다. KBS는 9월 20일 <뉴스9> 5번째 꼭지 <경기 중 정전·발권 중단…인천 AG 아쉬움>에서 전기가 갑자기 끊기고 발권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등 “미흡한 점들이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선수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KBS 메인뉴스(9월 21일)에만 있었다.

문제점을 미담으로 만들어버린 보도도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9월 24일 <‘인천의 선녀들’ 시상식 도우미 인기…해외서도 주목>에서 “(도우미들이) 좁은 대기실에서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힘든 일정”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의 메달 소식에 절로 힘이 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휴게시간도 휴게실도 교육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KBS <뉴스9>은 9월 19일 아시안게임 첫날 도로통제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전하면서 운영 미숙을 비판하는 대신 “시민들의 협조가 대회 개막을 빛냈다”고 보도했다.

   
▲ 경기장 바로 옆에서 K-POP 공연이 열리고 있으나 관객석이 텅텅 비어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주요 신문들은 어떻게 다뤘을까. 9월 20일부터 30일까지 조선일보는 총 119건, 동아일보는 143건, 중앙일보는 74건에 걸쳐 아시안게임 소식을 전했다. 같은 기간 한겨레는 68건, 경향신문은 88건이었다.

이 중 조선일보는 현장칼럼 2건, 중앙일보는 취재수첩 1건과 기사 1건에서 운영 미숙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취재수첩과 기사 7건을 통해 관리 소홀 문제 등을 짚었다. 한겨레는 총 5건, 경향은 5건의 취재수첩과 칼럼, 기사를 통해 아시안게임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방송3사보다 문제점을 많이 다뤘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메달소식과 미담 소식이 압도적이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언론보도처럼 아시안게임을 미담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인력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자원봉사자 A씨는 “정해진 일이 없이 매일 일이 바뀌는 점이 고충이다. 교육을 받아도 현장에 가면 다른 일을 시킨다”며 “개막식 때도 7시간 서 있었고 관객들이 장소나 일정을 물어보는데 잘 몰라서 욕을 많이 먹었다. 교육은 1시간 밖에 안 받았다”고 말했다.

안내 업무를 맡은 B씨는 “일을 시키는 사람들도 업무에 대해 모른다. 시스템이 전혀 체계적이지 않다”며 “관객들이 경기 시간표를 물어보는데 잘 몰라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려줬다”고 답했다. 업무시간 중에 카페에 앉아있던 C씨는 “일을 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다. 통역 업무를 시킨다고 해서 왔는데 안내로 바뀌었다”며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경기장 옆, 수행원 쉼터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정작 그 안에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조직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 D씨는 “조직위에서도 관리를 제대로 안 한다. 조직위와 대행사의 업무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카드게임이나 화투를 했다는 기사가 나갔는데 이해할 수 있다. 제대로 일을 주지 않으니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시설 미비에 관한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E씨는 “공사가 덜 끝난 것 같다. 내부 공기도 좋지 않고 쓰레기통이 없어 몇 시간째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고 말했고, F씨는 “경기장이 2개인데 한 곳에는 간이 화장실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기자들도 아시안게임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한 연예매체 기자는 “폭우로 천장에서 비가 새고, 전광판이 나가는 것도 봤다”며 “조직위가 미흡한 부분이 많고,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통신사 기자는 “조직위나 대행사 자원봉사자 등이 따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후의 국제대회를 위해서라도 언론이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문제점이 터지는데 현상만 보고 지나쳐선 안 된다”며 “2018년 평창 올림픽도 있고, 내년에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도 있다. 아시안게임이 왜 이렇게 잘못 치러진 것인지에 대한 진단이 있어야 추후에 국제대회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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