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설치 및 수리와 영업을 담당하는 씨앤앰(C&M) 협력업체 노동자 109명이 대량 해고된 가운데, 원청 씨앤앰 고위 간부 발언이 뒤늦게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씨앤앰 고 아무개 부사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나자면 약속을 하고 찾아와야지 약속도 안 하고 찾아와 무작정 만나달라면 만나줘야 할까? 요즘 앞뒤 안 가리고 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썼다. 고 부사장은 다음 날에도 “아직 배가 덜 고파서 하는 소리들이 많다”고 했다.

해당 글만 보면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글은 씨앤앰이 노사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지역 시민단체 면담요청을 거부한 후 게시됐다. 해고자 복직에 원청이 나설 것을 주문한 시민단체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씨앤앰 고 아무개 부사장 페이스북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서울지역대책위원회(대책위)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누가 보더라도 서울지역시민사회단체 및 가입자들이 면담을 요청하러 본사 방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씨앤앰은 지역 가입자가 찾아왔을 때 용역과 경찰 병력으로 막기에 급급했다”며 “경영진은 지역주민이자 가입자들에 대하여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배가 덜 고픈 사람들’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고 부사장은 즉각 가입 주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 부사장은 당해 시민단체와 전혀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게시글은 시민단체와 무관하다. 페북 글을 보면 알겠지만, 특정인을 지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씨앤앰 한 관계자도 미디어오늘에 “시기상으로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일 수 있으나, 부사장이 케이블 관련 정책 토론회를 두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케이블업계를 비판하는 견해에 대한 (고 부사장) 사견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자 109명은 원청과 협력업체 재계약 및 신규계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거나 계약이 만료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다. 지난 11일 원청 ‘입김’으로 협력업체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풀렸으나 해고자에 대해선 원청 씨앤앰은 “협력업체 노사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 조합원 70여 명은 해고자 복직과 임단협 타결 등을 요구하며 1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있는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을 방문하고 복도에서 점거농성을 벌였으나 돌아온 건 경찰 연행이었다. 현재까지도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해고자 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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