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거처 이전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진도군민들과도 3자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세월호 실종자 대책위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29일 오후 발표한 ‘진도체육관 문제에 대한 실종자 가족의 입장’에서 “갈 곳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도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요구는 마치 길바닥으로 나가라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며 “우리가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아픔을 헤아려 주고,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좀 더 마음을 열어주기를 진도군민과 국민께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 진도군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진도체육관을 찾아와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임시거처를 팽목항이나 전남대 진도자연학습장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 지난 4월 24일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 변호사는 “팽목항에서 바다를 보고 오열하는 트라우마를 반복해 경험해야 하는 엄마들은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바다가 보이지 않는 진도체육관에 머무르고 있기에 팽목항으로 옮기라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전남대 자연학습장 또한 바다가 펼쳐져 있어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진도군민들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군민들이 실종자 가족을 직접 찾아오게 했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도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요구는 가족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면서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가족을 잃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피해자와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군민들의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진도체육관을 임시거처로 제공하고 난민 같은 생활을 하도록 한 것도 정부이며,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재난 수습의 주체인 정부의 역할”이라며 “실종자 가족 역시 진도군이 처한 어려운 경제상황과 군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기에 정부와 실종자 가족, 군민 3자가 함께 만나 가능한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우리는 소통의 부족이 오해를 낳아 정부와 군민, 실종자 가족 간에 불신과 깊은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서로가 처한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기에 우리 역시 3자 협의를 제안하며, 서로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와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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