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JTBC<뉴스룸>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의 연금개혁 반대 집회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공노총의 집회 소식을 단신 처리했다. MBC는 공무원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발언 중심으로 보도했다.

JTBC는 27일 메인뉴스에서 <‘연금개혁 반발’ 공무원 대규모 집회>를 3번째로 비중있게 다뤘다. JTBC는 노조가 연금액수에 대한 반발 외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밀실논의로 흐르고 있다고 반발한다”며 절차적 문제를 짚었다. JTBC는 “당사자가 참여한 사회통합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적연금 개혁안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는 조진호 공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싣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입장은 총 리포트 시간 90초 중 13초 가량 간단히 전했다.

   
▲ 27일 저녁 JTBC<뉴스룸> 공무원 노동조합 집회보도 갈무리.
 

같은 날 SBS와 MBC는 메인뉴스에서 공노총 집회와 정홍원 총리의 대응발언을 교차편집했다. 그러나 SBS는 공노총 집회소식을 먼저 보도했고, MBC는 정 총리 발언을 먼저 다뤘다. 두 방송사는 리포트 순서 배치와 보도 분량에도 차이가 있었다.

SBS는 공노총 집회와 정 총리의 발언을 5번째 꼭지로 보도했고, MBC는 7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아시안게임 보도를 제외하면 SBS는 공노총 집회 및 정 총리 대응발언 보도가 첫 순서였지만, MBC는 세 번째 순서였다. 해당 사안에 대한 보도 분량은 SBS가 121초였고 MBC는 36초에 불과했다. 이 중 SBS는 전체 분량의 4분의 1가량인 30초 동안 정부 입장을 전했고, MBC는 전체 보도의 절반 이상인 20초를 정부 입장 전달에 할애했다.

두 방송사 메인뉴스의 차이는 리포트 제목에서도 잘 나타난다. SBS는 <“연금개혁 반대” 거리로 나선 공무원>을 제목으로 뽑았다. 공노총 집회가 중심이다. 반면 MBC의 해당 리포트 제목은 <정홍원 총리 “공무원 연금 개혁 대승적 동참해야”>였다. 정 총리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SBS는 JTBC와 마찬가지로 연금 개편의 절차적 문제를 언급했다. “공무원 연금을 깎을 게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적연금을 복원해야 한다”는 공무원노조의 주장도 전파를 탔다.

   
▲ 27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위)>와 SBS<뉴스8> 갈무리. MBC는 정홍원 총리의 발언을 공무원 노조 집회보다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SBS는 공무원노조 집회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MBC는 공노총 집회를 보도하며 앵커가 노조의 주장을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마저도 “공적연금은 재직시 소득의 70% 선을 유지해야 퇴직자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연금 액수와 관련된 주장이었다. MBC는 JTBC, SBS와 달리 연금개편의 절차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노총의 이기주의만 부각된 셈이다. 같은 날 KBS는 공노총 집회와 정홍원 총리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오성택 공노총 연금위원장은 “MBC가 우리 집회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고, 정 총리의 입장 위주로 방송했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오히려 종편인 JTBC가 있는 그대로 내보내 줬다”며 “거꾸로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무원 노조가 2008년 이후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뉴스는 이들이 왜 집회를 하는지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심 사건이 공무원 노조 집회이고 정부의 대응은 부차적인 일인데, MBC는 정부입장을 먼저 보도하고 더 강조한 반면 집회소식은 끼워넣듯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교묘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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