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삼성을 추종하는 언론들이 삼성백혈병 피해자들과 함께 교섭에 참여하는 ‘반올림’의 분열과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6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삼성을 감시하다’ 토론회에서 이종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는 삼성이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협상에 성실히 임하기보다 언론플레이로 반올림의 와해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삼성과의 협상에 들어가고 또 끝내고 나올 때마다 보수·경제지 기자들이 엄청나게 달려들며 직업병 피해대책을 위한 협상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삼성의 입이 돼 사실 왜곡과 이간질을 통해 반올림을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들 언론은 마치 반올림의 ‘무리한’ 요구가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노무사는 “심지어 반올림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다른 꿍꿍이가 있는 단체인 것 마냥 심한 왜곡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데 이런 언론플레이로 진실과 중요한 협상을 망가뜨려선 안 될 것”이라며 “정작 삼성은 교섭 의제인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는 올바른 의견 접근을 피하면서 반올림에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자들을 갈라치기 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26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삼성을 감시하다’ 토론회에서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가 삼성과의 삼성직업병 대책마련을 위한 교섭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지난 25일 ‘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언론인 모임’(경언모)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되는 지난 7년간 반올림의 삼성을 상대로 한 지난한 투쟁과정에서 언론은 반올림의 ‘적극적 우군’이 되지 못했고 기껏해야 ‘소극적인 방관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최근 반올림에 대한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 기자들의 나약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올림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용기 있는 언론’이 나타났다”고 비평했다.

특히 경언모가 꼽은 ‘최악의 보도’를 한 아시아경제의 경우 반올림에 대한 비판에 앞서 삼성과 반올림 양측의 입장을 전달함에 있어 최소한의 균형마저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언모는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14일 이후 거의 매일 협상단 내부를 ‘활동가’와 ‘피해자’로 편 가르기 하면서 지속적으로 반올림의 협상주체로서 자격을 문제 삼는 기사를 내보냈다”며 “현재 자본과의 관계에서 언론사들의 보도가 단지 소극적인 침묵을 넘어서 기업으로서 생존을 위해 정작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단계로까지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심각한 자책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의 교섭 태도에 대해서도 “결국 삼성은 ‘내용을 담은 사과는 법적 책임이 뒤따르므로 할 수 없다, 보상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그 우선순위를 정하고 여러 조건을 만들어 선별하겠다, 안전하기 때문에 재발방지대책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이 직업병 피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힘이 다시 한 번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노동자들의 직업병 피해 제보만 164명, 사망자는 70명이다. 삼성의 전자계열사까지 확대하면 백혈병을 포함한 희귀난치성 피해자는 233명(사망자 99명)에 달한다. 사측으로부터 각종 회유·압력과 산재인정의 어려움 등으로 제보하지 못한 노동자까지 감안하면 삼성의 직업병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이 노무사의 설명이다.

한편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삼성의 자본축적과 승계 과정의 불법성과 관련해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방법은 이병철 회장이 삼성문화재단에 주식을 기증한 뒤 이건희 회장이 이를 재단으로부터 다시 사는 식”이었다며 “재단을 통한 우회 승계 부분은 우리나라 비영리법인의 설립목적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탈법 승계에 대해서도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향후 몇 년 동안 상장 계획이 없다던 에버랜드가 이건희 회장 병세 악화와 입원을 계기로 상장 추진으로 급전환한 것은 이 회장 이후를 위한 삼성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도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시작된 것이어서 앞으로 이 회장의 치료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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