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경찰 수사팀의 분석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24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원 무죄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세훈·김용판 과연 무죄인가? 판결 분석과 진단’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원 전 원장에 대한 판결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달리 국가기관은 애초에 정치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 기관이므로 정부기관에는 더 엄격한 판단을 해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원세훈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교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한 시민단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재판부가 판결문에 무상급식 판례를 인용했는데, 국정원 사건 수사 초기에 무상급식연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수서경찰서)수사팀이 검토한 적이 있었다”며 “특정 단체가 어떤 정책을 계속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를 따져봤는데 당시 수사팀은 국정원 댓글사건에 원용할만한 판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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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권 의원은 “원세훈 1심 판결에 대해 김동진 판사가 올린 글을 보고 많은 부분 공감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이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문제제기하고 분석하는 활동은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현직판사 “원세훈 무죄는 궤변” 비판글 삭제당했다)

권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경찰관들의 증언을 주요 증거로 당시 나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시했다”며 “이는 증거의 질적 가치를 무시하고 단순히 양적 가치만으로 판단해 경찰관들 증언을 우위에 놓은 채 모든 사실관계를 판단한 것”이라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나는 구태여 허위로 김 전 청장을 모해할 까닭도 동기도 없는 반면 다른 경찰관들은 상명하복의 조직 특성에서 신분유지와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 김 전 청장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재판부는 애써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또 “재판부가 국정원 직원의 임의제출물 분석범위 제한 논리에 대해 잘못 판단한 것이 결국 이 사건 결론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며 “재판부는 증거를 임의제출할 때는 제출자가 범위를 특정해도 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증거 당사자가 증거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게 해준 것이므로 앞으로 우리 형사 사법 절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과 함께 발제자로 나온 이광철 변호사는 원세훈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결론을 미리 세워놓고 판결문을 써나가다 보니 ‘선거운동’으로 눈에 뻔히 보이는 증거들이 목적성·능동성·계획성을 충족하고 있는데도 애써 외면한 흔적들이 판결문에 보인다”며 “법관이 자유심증주의를 잘못 사용해서 우리 대의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판결”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차관급이었던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국가 의전 서열 7위의 감사원장으로 뽑혔을 때부터 재판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본다”며 “법원에는 고등부장판사 승진제도가 있어서 이런 시스템이 1심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게 한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도 “국정원 사건 판결이 여러 개 나오면서 가장 중하게 처벌된 사람은 원세훈·김용판도 아닌, 경찰이 검찰 압수수색 받는 날 자신의 컴퓨터를 지운 박 모 경감”이라며 “그는 1심에서 징역 9월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됐는데 이 판결이야말로 원세훈 판결이 얼마나 기형적인지 웅변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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