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판’은 23일 4번째 뉴스 <민변 ‘유족 변호’ 손떼>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해당 사건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왜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TV조선은 이 리포트에서 “민변은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의 변호를 맡아 왔는데 어제(22일) 갑자기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며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속속 공개되고, 유가족 전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계속 변호를 맡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판’은 23일 4번째 뉴스 <민변 ‘유족 변호’ 손떼>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 TV조선이 근거로 든 것은 민변 소속이 아닌 여상원 변호사 멘트(“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을 돕게 되면 자신들의 순수성도 좀 의심받는다, 그런 동기가 아니겠습니까.”)였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왜곡보도’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가족 폭행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 가운데 민변 소속이 있다. 사실을 왜곡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 (민변이) ‘맡는다’, ‘안 맡는다’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한 적이 없다. 변호사들이 개별적으로 사건을 맡을 뿐이다. 유우성씨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때도 그랬다”고 비판했다. 

   
▲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판’은 23일 4번째 뉴스 <민변 ‘유족 변호’ 손떼>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저는 이렇게 들어오실 줄 몰랐어요. 진짜 몰라요”라는 말을 한 사람이 박주민 민변 변호사라고 했으나 이는 김종보 변호사였다. 수정되기 전 포털에 검색된 TV조선 보도내용.
 
   
▲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판’은 23일 4번째 뉴스 <민변 ‘유족 변호’ 손떼>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저는 이렇게 들어오실 줄 몰랐어요. 진짜 몰라요”라는 말을 한 사람이 박주민 민변 변호사라고 했으나 이는 김종보 변호사였다. 이 장면은 24일 오전 7시 반경 수정됐다.
 

이 리포트는 기초 사실관계뿐 아니라 자막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켜 누리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TV조선은 이 리포트에서 “지난 19일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에 출석할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함께 했다”며 당시 현장을 전했다. 

TV조선은 박주민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저는 이렇게 들어오실 줄 몰랐어요. 진짜 몰라요”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현장에 있던 김종보 민변 소속 변호사가 한 말이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 현장에 없었다.  

박 변호사가 말한 것으로 인용된 이 장면은 24일 오전 7시 반경 수정됐다. 수정 후 자막은 김종보 변호사였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이 기사는 아예 삭제됐다. 오후 5시 15분 현재 TV조선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 사이트에서도 시청할 수 없는 상태다.

   
▲ TV조선 23일자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자막 <‘민변’ 변호 않기로…피의자신분 입건 변호에 부담>. TV조선은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자막 문제뿐 아니라 기사의 맥락과 김종보 변호사 발언이 전혀 맞지 않는다”며 “해당 발언은 유가족에 급작스럽게 몰리는 기자들을 향해 변호사가 한 발언이었다. 그게 ‘민변이 사건을 안 맡는다’라는 기사 취지랑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진 설명 자막 <‘민변’ 변호 않기로…피의자신분 입건 변호에 부담>도 어떠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보도됐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TV조선 측을 통해 해당 리포트를 보도한 이재중 기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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